# 1. 딸편
갓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아빠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평소처럼 아빠는 딸에게 물잔을 건네주며 "우리 딸 많이 먹어라"라며 등을 두들겨 주지만 딸은 평소와 달리 무척 놀라며 조심스러워 한다.
오늘 처음 착용한 브래지어 때문에 영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빠도 남자라고 혹시 들킬까 걱정하는 딸 아이를 바라보며 아빠는 곧잘 품에 안기던 딸 아이가 이제 여자가 되고 사랑을 하고 엄마가 될 것을 인식함으로써 딸 앞에 펼쳐진 긴 인생을 생각한다.
#2 '아내'편
남편과 함께 대형 할인 마트에 장을 보러 온 아내, 생리대 무료 증정 코너를 발견하고는 여느 주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개를 받아 오고는 뿌듯해 한다.



한푼이라도 아껴 보려는 살림꾼 주부라면 공짜를 놓칠리 없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카트에 휙~하고 던져 놓는다.
괜히 어색하고 무안해서 가져온 장바구니로 슬며시 생리대를 가리는 남편의 마음엔 아내에 대한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예전에 손만 잡아도 얼굴 빨개 지던 여자였는데 어느새 실속을 더 차릴 줄 아는 아줌마가 다 되어 버렸구나.. 하는 마음에 마치 자기가 고생시켜 이렇게 된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남은 아내의 긴 인생동안 좀 더 잘해줘야 겠다는 마음이 묻어 나온다.
"광고인들의 꿈과 광고대상"
우리 일상 생활속에서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하는 아주 평범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광고속으로 옮겨 소비자들의 공감을 받았던 삼성생명의 기업 PR '인생은 길기에'캠페인이 8일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했다.
광고대상에서 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광고인들의 꿈이다. 상금이 1억원나 되고 대상과 금상팀에는 해외여행의 특전이 주어진다는 당근도 물론 매력이 있다.
그러나 언론사가 해마다 선정하는 광고대상은 솔직히 자사에 가장 광고를 많이 준 업체를 배려해주는(?) 물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대한민국 광고대상은 광고인 스스로가 서로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전문적인 상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올해 광고대상을 받은 삼성생명의 기업 PR '인생은 길기에'(제일기획)는 제작과 광고 방영당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수억원대의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기용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모델로 했기때문에 소비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앞서 딸편과 어머니편 외에도 일요일날 오후 여유롭게 소파에 누워 리모콘을 돌려 가며 TV를 보고 있는 남편이 어느새 늘어난 뱃살을 만져보며 멋적게 아내시선을 의식하는 '남편'편은 중년남성들에게는 반성(?)을 촉구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평범한 얘기가 가장 공감가는 광고
남편과 자식들로 인해 평생 제대로 한번 꾸며보지 못했던 노년의 어머니가 능숙하진 않지만 곱게 립스틱으로 칠한 입술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는 모습은 며느리나 자식들에게 또다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우리네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광고를 제작했던 제일기획측은 "딸, 남편, 어머니"을 제작하기 위해 실제 사람들과의 수많은 인터뷰 및 사례등을 통해 가장 공감을 얻을만한 장면을 얻기위해 수없는 밤을 새웠다는 후문이다.
생리대의 아내편은 실제 결혼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여자 제작진의 아이디어에서, 목욕탕의 아들편은 어릴적 그런 경험을 했던 남자제작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수억대의 개런티를 들여 출연시킨 연예인이나 유명인보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평범한 얘기가 소비자들의 가슴을 더 예리하게 파고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광고제작자들은 광고주의 선호도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않다고 한다.
한 광고제작자는 "사실 광고대상을 광고제작자가 아닌 광고주에게 주는 것은 완성된 광고를 최종 선택하는 광고주의 심미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고대상 심사위원장인 이영희 이화여대 시각정보디자인 전공교수는 "최근 광고들이 비쥬얼이나 임펙트 위주의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생명의 경우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구성원들을 모델로 하여 일상 생활의 단면을 섬세하고 공감이 가는 느낌들로 연출했다"면서 "특히 딸편의 경우 성숙과정 상황을 절묘하게 포착,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심사평을 했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광고는 틀림없이 성공한다
아직도 우리들 기억속에 남아있는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의 경동 보일러 광고, "우편배달부의 손에 작은 초코파이를 쥐어주는 情 초코파이,"이봐 젊은이 힘들지! 자~ 박카스 광고등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공감을 받았던 광고들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광고를 본다. 광고의 홍수속에서 사실 짜증날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속에서 삶의 깊은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광고라면 속아도 다소 위안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광고제작자들이여! 용기를 내라!
노컷뉴스 민경중 기자 min88@cbs.co.kr
갓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아빠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 평소처럼 아빠는 딸에게 물잔을 건네주며 "우리 딸 많이 먹어라"라며 등을 두들겨 주지만 딸은 평소와 달리 무척 놀라며 조심스러워 한다.
오늘 처음 착용한 브래지어 때문에 영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아빠도 남자라고 혹시 들킬까 걱정하는 딸 아이를 바라보며 아빠는 곧잘 품에 안기던 딸 아이가 이제 여자가 되고 사랑을 하고 엄마가 될 것을 인식함으로써 딸 앞에 펼쳐진 긴 인생을 생각한다.
#2 '아내'편
남편과 함께 대형 할인 마트에 장을 보러 온 아내, 생리대 무료 증정 코너를 발견하고는 여느 주부와 마찬가지로 여러 개를 받아 오고는 뿌듯해 한다.



한푼이라도 아껴 보려는 살림꾼 주부라면 공짜를 놓칠리 없다.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카트에 휙~하고 던져 놓는다.
괜히 어색하고 무안해서 가져온 장바구니로 슬며시 생리대를 가리는 남편의 마음엔 아내에 대한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한다. 예전에 손만 잡아도 얼굴 빨개 지던 여자였는데 어느새 실속을 더 차릴 줄 아는 아줌마가 다 되어 버렸구나.. 하는 마음에 마치 자기가 고생시켜 이렇게 된 것처럼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남은 아내의 긴 인생동안 좀 더 잘해줘야 겠다는 마음이 묻어 나온다.
"광고인들의 꿈과 광고대상"
우리 일상 생활속에서 스스로 잘 깨닫지 못하는 아주 평범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광고속으로 옮겨 소비자들의 공감을 받았던 삼성생명의 기업 PR '인생은 길기에'캠페인이 8일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수상했다.
광고대상에서 대상을 받는다는 것은 광고인들의 꿈이다. 상금이 1억원나 되고 대상과 금상팀에는 해외여행의 특전이 주어진다는 당근도 물론 매력이 있다.
그러나 언론사가 해마다 선정하는 광고대상은 솔직히 자사에 가장 광고를 많이 준 업체를 배려해주는(?) 물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대한민국 광고대상은 광고인 스스로가 서로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전문적인 상이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올해 광고대상을 받은 삼성생명의 기업 PR '인생은 길기에'(제일기획)는 제작과 광고 방영당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수억원대의 잘 알려진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기용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모델로 했기때문에 소비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앞서 딸편과 어머니편 외에도 일요일날 오후 여유롭게 소파에 누워 리모콘을 돌려 가며 TV를 보고 있는 남편이 어느새 늘어난 뱃살을 만져보며 멋적게 아내시선을 의식하는 '남편'편은 중년남성들에게는 반성(?)을 촉구하는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가장 평범한 얘기가 가장 공감가는 광고
남편과 자식들로 인해 평생 제대로 한번 꾸며보지 못했던 노년의 어머니가 능숙하진 않지만 곱게 립스틱으로 칠한 입술을 바라보며 흐뭇해 하는 모습은 며느리나 자식들에게 또다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우리네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기도 했다.
광고를 제작했던 제일기획측은 "딸, 남편, 어머니"을 제작하기 위해 실제 사람들과의 수많은 인터뷰 및 사례등을 통해 가장 공감을 얻을만한 장면을 얻기위해 수없는 밤을 새웠다는 후문이다.
생리대의 아내편은 실제 결혼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여자 제작진의 아이디어에서, 목욕탕의 아들편은 어릴적 그런 경험을 했던 남자제작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수억대의 개런티를 들여 출연시킨 연예인이나 유명인보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평범한 얘기가 소비자들의 가슴을 더 예리하게 파고든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광고제작자들은 광고주의 선호도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않다고 한다.
한 광고제작자는 "사실 광고대상을 광고제작자가 아닌 광고주에게 주는 것은 완성된 광고를 최종 선택하는 광고주의 심미안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광고대상 심사위원장인 이영희 이화여대 시각정보디자인 전공교수는 "최근 광고들이 비쥬얼이나 임펙트 위주의 기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생명의 경우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족구성원들을 모델로 하여 일상 생활의 단면을 섬세하고 공감이 가는 느낌들로 연출했다"면서 "특히 딸편의 경우 성숙과정 상황을 절묘하게 포착,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심사평을 했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광고는 틀림없이 성공한다
아직도 우리들 기억속에 남아있는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의 경동 보일러 광고, "우편배달부의 손에 작은 초코파이를 쥐어주는 情 초코파이,"이봐 젊은이 힘들지! 자~ 박카스 광고등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공감을 받았던 광고들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광고를 본다. 광고의 홍수속에서 사실 짜증날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속에서 삶의 깊은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광고라면 속아도 다소 위안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광고제작자들이여! 용기를 내라!
노컷뉴스 민경중 기자 min88@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