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9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에이, 알면서 뭘 그래?

성적 연상에 호소하는 독일 청과물점 광고

제작연도 2000년, 광고주 Obst & Gemuse Schafer
제작사 Scholz & Friends, Berlin
아티스트 Bjorn Ruhmann
카피라이터 Schumann, Joerg Jahn



한-일관계가 껄끄럽다. 그래도 예술은 시류에 아랑곳없는 모양이다. 때마침 예술의전당에서는 양국 대표작가 2인전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조형주의로 유명한 한국의 김흥수 화백과 일본화의 대가인 히라야마 이쿠오 화백의 작품이 완상의 즐거움을 지긋한 경지로 이끈다. 표현기법과 모티브도 전혀 다른 두 작가지만 인류평화와 조화로운 인간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사가 같다.

2차세계대전에서 원폭의 피해를 입고 간신히 생명을 건진 히라야마 화백은 평화에 대한 염원과 문명에 대한 통찰을 화폭에 빚고 있다. 김 화백의 작품은 동양의 음양철학을 바탕으로 한 화면에 인간의 희로애락을 구상과 추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짐작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그 표현의 깊은 뜻에 이르러서 나 같은 문외한은 어떤 벽을 느낀다. 특히 김 화백의 <모린의 나상>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같은 작품은 거의 비주얼로만 보일 뿐 의미로는 도저히 와닿지 않는다. 작품의 한켠에 느닷없이 자리한 여인의 벗은 몸이 전체 대목에서 어떤 맥락으로 해독돼야 하는 기호인지 아리송하다.



그림을 보고 굳이 뜻풀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일종의 강박관념일지 모른다. 광고 텍스트를 접하면서 의미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버릇이 몸에 밴 탓에 생긴 갑갑함일 수도 있다. 스스로 위안도 해본다. 예술작품에서 작가의 의도는 반드시 수용자에게 이해돼야 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 이른바 작가주의는 창작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용납되고 오히려 장려되기까지 하는 거 아닌가?

광고의 영역에서도 작가주의는 허용될까? 제작자가 무엇을 말하려고 했든 나름대로 재해석해보는 재미는 어떨까? 돌아보면 우리 광고에도 그런 사례가 없지 않다. SK텔레콤의 TTL 캠페인에서도 그런 전략의 일단이 내비쳤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생각의 틈을 만들어줌으로써 광고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가는 마케팅 전략. 그래서 일각에서는 신비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광고와 예술작품은 본질이 다르다. 광고에서 지나친 작가주의는 오만이다. 소비자는 예술을 감상하듯 광고를 여유와 안목으로 음미하지 않는다. “나는 광고를 만들 때 수용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광고를 지적 유희로 보는 엘리트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광고는 마케팅 목적을 이루기 위한 사회적 소통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의 한 청과물 유통점이 벌인 광고캠페인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일이나 야채 따위의 먹을거리와 남녀의 ‘야시꾸리’한 신체부위는 어떤 함수관계를 갖는다는 말인가? 도대체 제작자는 무엇을 표현하려 했을까? 무슨 의도로 오래 눈길을 두기 민망한 그림들을 만들었을까?

풍만한 여자의 젖가슴을 감싸는 브래지어에다 ‘멜론, 개당 2.99마르크’. 근육이 우람한 남자의 팬티의 돌출한 부분에다 ‘바나나, kg당 1.98마르크’. 사우나를 즐기는 살집 좋은 아저씨의 아랫배에 두른 타올에다 ‘배, kg당 1.99마르크’ 따위의 글자를 낙서하듯 갈겨놓고 있다. 그러고선 ‘알아보려면 알아봐!’ 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이것도 작가주의로 봐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보인다. 굳이 게슈탈트 심리학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하나하나의 표현 오브제들은 시각적으로 통합되어 의미있는 메시지로 해석돼 소통되고 있다. 제작자는 이 정도쯤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은 상식으로 되는 일일 거라고 강변하고 있는 듯하다. 다 아는 얘기면서 뭘 그렇게 내숭을 떠느냐는 핀잔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뻔한 얘기 가지고 의뭉스럽게 구는 당신하고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배짱까지 느껴진다.

‘바나나, 오이, 가지, 고추 따위를 남자의 심벌에 견주어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게 뭐 잘못됐어? 멜론, 복숭아, 사과, 레몬, 포도 따위를 여자의 가슴에 빗대어 싱그러운 향기를 연상시키는 것이 어디 어제오늘 일이야?’라는 주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투실투실한 뱃살과 서양배(pears)는 바로 매치가 되는 물건들인가? 어디 배를 모양으로 먹느냐는 얘기임직도 하다. ‘이렇게 크고 싱싱한 과일들이 엄청 싼값에 당신 눈앞에 있는데 어찌 군침 삼키지 않으리요’라는 꼬드김이다.

이 광고의 주된 커뮤니케이션 타깃은 주부이다. 야채와 과일 등을 구매하는 주소비자는 여성이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이 광고들은 성과 관련해서 집요하게 이어지던 오해에도 반박자료가 된다. 여자의 신체가 더 자주 상품화되고 더 큰 성적 연상을 일으킨다고 믿는 통설을 공격하듯이 말이다. 더욱이 근래 들어 여자의 경제력과 구매력이 높아져가고 있는 즈음에 ‘성의 상품화’는 더이상 여성만을 피해자로 만들지 않는다. 부와 정력을 암시하는 육감적 자세, 잘 다져진 근육질의 몸매, 혈색 좋은 얼굴을 장식하는 구레나룻…. 남성도 보여지는 대상으로서 충분히 성의 심벌이 되고 있다. 적어도 광고의 세계에서 이제 여성은 오히려 성적 유희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고 있다.

광고는 소비사회의 문화형식이다. 광고는 사회에 내재하는 신념체계를 그것의 이미지를 통해 전파한다. 이때 성적 요소들은 그 자체로 선택되는 게 아니라 상품을 팔기 위한 언어형식 안에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현우 | 프리랜서 카피라이터·광고 칼럼니스트

-----------------------------------------------------------------------------------------------------------------------

내가 썼으면 좋으련만.. ^^
여기에 글 올리는데 의의를 둔다.. ㅡ.ㅡ





211.190.79.224 admedian (inyeon3@hanmir.com) 05/22[21:26]
광고가 예술이라는 표현은, 크리에이티브의 감탄사적 의미에서 그쳐야 될 듯.

공지 [공지] 내가 본 광고 게시판 이용시 썸네일 이미지 필수! [임원단] 관리자 2014.05.26
  1. No Image

    [크라이첵]어려운 자동차광고..그냥 보기

    어렵기만 한 자동자 광고... -_-a 그냥 쉽게 쉽게 보여지는 데로 함 봐 보자. 쫄지만 말고... ^^; 자동차야 몇 만가지 부품이 들어가서 만들어지는 각종 산업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뻔히 아는 사실이고 그다지 싼 제품이 아니라는 것은 하다못해 토요일 뒤풀이 ...
    Date2001.06.26 By Reply0
    Read More
  2. No Image

    [크라이첵] What is real bic idea?

    저 제목의 영어? 비문인가..,., -_- 어째뜬 짧지만 영어를 한 번 쓰고 싶었다.,., 쩝... 요즘 들어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진짜 빅 아이디어 일까 하는 것이다. 진짜 아! 소리가 터져나와야 빅 아이디어일까. 게다가 빅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 아...
    Date2001.06.13 By Reply0
    Read More
  3. [한솔구인]우연의 범위

    대졸 취업자를 찾는 한솔기업의 광고이다. 신문에도 이렇게 났을려나 하는 의문이 들어서 이렇게 올려봅니다. 우선 헤드 카피가 시선을 확 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사는 행성은 푸른 별입니다. 마치 대학생 공모전에 나올법한 비쥬얼.. 푸른색의 컨셉...
    Date2001.06.11 By Reply0 file
    Read More
  4. No Image

    700 - 5857 벨소리 울려라.

    "음악편지를 보내고 싶은데..." 그럼 700 - 5425 예전 "어렵다고 생각하면 오해지~" "칠.공.공. 오.사.이.오" 라는 명카피를 남기며. 신부의 등을 돌리게 하는 노래도... 도서관에 있는 공효진에 웃기도 , 사랑의 설레임을 보내기도 하는 게다가 700서비스 사...
    Date2001.06.11 By Reply0
    Read More
  5. 이미 3개월이나 지난...지오다노 리뷰~♡

    '봄...그리고 첫 만남' 이라는 멘트와 함께 약간의 수줍은 거리를 지닌 연푸른 빛깔의 두 연인이 화면을 채운다. 한 장.. 한 장... '女 전지현' '男 정우성'... 봄향기 가득한 화면이 흐르며 '지오다노'라는 브랜드가 떠오른다. #1. 시작, 그리고 광고 요즈음...
    Date2001.06.07 By Reply0 file
    Read More
  6. No Image

    [펌] 겸손한 접근 SM5 '누구시길래'

    [신호의 광고이야기]겸손한 접근 SM5 '누구시길래' 텔레비전 광고는 진실이기 보다는 거짓인 경우가 많다. 제품을 좀더 부각시키기 위해 엄청난 물량공세를 통한 기막힌 화장술과 포장술을 총동원하는 對소비자 '사기극'은 은밀하게 진행된다. 우리의 똑똑한 ...
    Date2001.06.07 By Reply0
    Read More
  7. No Image

    [펌] SK와 KT의 브랜드 싸움

    [신호의 광고이야기]SK와 KT의 브랜드 싸움 ◀SK텔레콤 '사람과 사람'편 브랜드 1위. 제품 2위. 광고 3위.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고 제품이 두 번째로 중요하고 광고가 맨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간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힘들지만 굳이 서열을 매기자...
    Date2001.06.07 By Reply0
    Read More
  8. No Image

    [wella]made in and 브랜드 자신감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에서 고장난 차 때문에 히치하이킹을 할려는 여자. 아무도 세워주지 않자, 모자를 벗고 머릿결을 휘날린다. 엔딩쯤에 한번 머리를 돌려주면, 머리결 한 가운데에 웰라 라벨이 붙어있다. ------------------------------------------------...
    Date2001.05.22 By Reply0
    Read More
  9. No Image

    에이.. 알면서 뭘 그래?

    에이, 알면서 뭘 그래? 성적 연상에 호소하는 독일 청과물점 광고 제작연도 2000년, 광고주 Obst & Gemuse Schafer 제작사 Scholz & Friends, Berlin 아티스트 Bjorn Ruhmann 카피라이터 Schumann, Joerg Jahn 한-일관계가 껄끄럽다. 그래도 예술은 시류에 아...
    Date2001.05.22 By Reply0
    Read More
  10. No Image

    펩시社 광고들... 정말 좋다~!! (마운틴 듀)

    며칠 전, 마운틴 듀의 새 광고를 보았다. 좀..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가 영업끝난 카페 같은 곳에서 기타를 안고서는 역시나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그러다가는 마운틴 듀를 한모금 마시면서 "네가 이 맛을 알아?" 하는 단순한 카피를 내세운... 그런 새 광...
    Date2001.05.21 By Reply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 114 Next
/ 114




2024 . 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당일일정: (Mon Sep 23, 2024)
  • Y32 최재헌 생일
  • A13 최천희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