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광고들의 ‘순수 경쟁’이 2라운드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 소주의 양대 산맥인 진로 ‘참이슬’과 두산 ‘산’은 그동안 대한민국 대표 ‘순수미인’ 김태희와 손예진을 앞세워 마케팅 전을 벌였다. 최근 ‘참이슬’ 측이 핑클의 성유리를 다음 모델로 발표하자, ‘산’ 측도 곧 신인 얼짱 임지연을 모델로 선정해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참이슬은 지난 98년 처음 제품을 출시할 때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대장금’의 이영애를 초대 모델로 선정한 이후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등 계속해서 여성모델 전략을 고수해왔다. 이와 반대로 산은 최민수, 유오성, 장동건 등 남성모델을 사용해 강한 이미지로 참이슬과 차별성을 가지며 맞불을 놓아왔다. 하지만, 결국 대세는 ‘여자’라는 시장 분위기에 손예진부터 여성모델로 광고 전략을 바꾸었다.
#왜 여자 모델인가?
산 소주에서 손예진의 캐스팅을 담당한 오리콤의 조용균 대리는 “소주의 주음용층(Heavy User)을 30대 이후의 남성이라고 보았을 때, 해당 연령대의 남성에게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연예인이 1차 후보군에 들어가게 된다”며 소주를 주로 마시는 남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자 모델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청순가련형 모델인가?
김태희와 손예진, 그리고 성유리와 임지연은 모두 맑은 눈동자와 흰 피부를 가진 청순가련형 스타이다. 이는 전반적으로 ‘순함’을 강조하는 최근 소주시장의 ‘맛’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산 소주의 브랜드 컨셉은 ‘녹차가 들어 있어 마실 때 부드럽고, 다음 날 아침까지 부드러운 소주’이다. 따라서 모델 선정 시에도 이런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려해 타킷이 선호하는 여성 모델 중, 가장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모델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 다른 이유는 없는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규정한 광고법에 의해 도수가 17도 이상인 소주 광고는 방송이나 라디오 같은 전파 광고가 전혀 불가능하다. 물론 신문광고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고의 광고노출 매체는 업소에 부착된 포스터라는 것이 광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런 포스터로서의 주목률이 가장 높은 것은 역시 여자 모델들이라는 평.
이에 대해 MBC 애드컴의 임동욱 부장은 “지나친 음주 분위기를 조장하거나 음주를 권장하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등 까다로운 광고 규정 때문에 소주의 지면이나 포스터 촬영은 결국 단순하게 인물 클로즈업 형태로 진행이 된다. 그러다 보니 결국 메인 모델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며 소주 광고 모델의 주가가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또한 주류 광고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삶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소주 한 잔, 광고 속에서 우리에게 소주를 권하며 미소짓는 청순 미인들의 얼굴, 그 이면에는 이런 여러가지 재미있는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yhkim@new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