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1위. 타격 1위’
1980년대초 널리 회자됐던 한 종합비타민 영양제 광고 카피다. 이 광고의 모델이 1982년 꿈의 4할(0.412)을 달성하며 타격왕에 오른 백인천 전 삼성·롯데 감독이었다. ‘신기록의 사나이’ 롯데 이대호가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기업광고 모델로 거론되는 것처럼 내로라하는 프로야구 스타들은 예나 지금이나 광고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82년 단일시즌 22연승 기록을 세운 ‘불사조’ 박철순(당시 OB)은 의류와 제과. 음료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 한 시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횟수만 5차례(1986·1987·1992·1993·1995년)인 삼성 선동열 감독은 해태(현 KIA) 시절 제약회사. 금융사. 전자제품 등의 광고를 두루 섭렵했다. 그의 현역시절 라이벌 최동원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은 롯데와 삼성을 거쳐 은퇴한 뒤 미국의 스포츠캐주얼 브랜드 사업에 나섰고. 직접 모델로도 활동했다.
야수 중에는 요미우리 이승엽이 광고계에서도 승승장구했다. 삼성 시절부터 금융사. 스포츠브랜드. 음료. 제과. 전자제품 등 업종을 불문하고 사랑받았다. 윤동균 KBO 경기운영위원장도 OB(현 두산) 시절 한 소화제 광고에 출연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롯데 홍성흔도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샴푸 CF를 찍었다.

광고에 등장한 사령탑 역시 적지 않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2008년 대표팀을 이끌고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신화로 금메달을 따낸 뒤 한 증권사의 광고 모델로 나섰다. 지난 해 야구대표팀을 맡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당시 한화 감독)도 한화 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광고에 나왔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도 지난 해 롯데의 부흥을 이끌며 롯데건설 모델로 데뷔했다. 과거 연봉 상한선이 있던 시절 구단은 톱클래스 선수들의 연봉 보전책 일환으로 광고를 찍고 모델료를 챙겨줬다. 광고주는 광고를 내보내고. 선수는 돈을 버니 일석이조였다. 연봉보전책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최근에는 광고주들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프로야구 스타의 건강한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웅희기자
<스포츠서울,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