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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이트와 오비가 어긴 맥주 마케팅의 원칙: 술은 맛이 아니라 이미지로 먹는다!
참, 이제 6년차인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쑥쓰럽지만, 저 역시 맥주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 한 번 감히 써보렵니다.


“왜 그 맥주/양주/음식을 드시나요?” 라고 소비자 조사에서 물어보면 백이면 백, 1위는 “맛”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이상할 것이 없는 대답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맛”은, 100% 순수한 그 맥주/양주의 물리적 “맛”일까요? 아닙니다. 그 “맛”에는 물리적인 “맛” 외에, 광고/패키지/구전으로 만들어진 인식상의 “맛”이 들어갑니다. 그 독한 양주의 경우에도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양주 맛을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100에 한 둘이나 될까요? 전에 저희 집에 고등학교 동창놈들이 놀러왔길래, 집에 있던 로열살루트 빈 병에 퀸앤이라는 국산양주를 넣어서 로열살루트라고 내놓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잘들 먹더군요. 그 다음날 깨서도, “역시 로열 살루트를 먹어서 그런지 말짱하네!” 라고 좋아하데요. (미안하다 종민아!)

또 맛을 어떻게 광고 시안에서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청진동 해장국집 광고를 만든다고 하면, 아무리 얼큰하고 시원해서 속이 확 풀립니다라고 크게 인쇄광고에서 써놓고, TV에서 떠든다 한들 과연 그 감이 전달이 될까요? 차라리, “50년 전통”, “TV에 나온 바로 그 집”, “맛집 기행 1위” 같은 것들이 보다 청진동 해장국집의 맛을 전달하는데 낫지 않을까요?

자 이제, 하이트 프라임과 오비를 봅시다.
왜 여기서 “쌀, 보리” 놀이를 하고 있을 까요? “쌀이 들어가서 부드럽다”와 “보리 100%라서 정통의 맛이다” 라면서 “맛”에 목숨 걸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브랜딩에 도움이 되는 접근법일까요? 심하게 말하면 우리 나라 맥주가 몇 종류나 된다고 그거 마셔보면 아는 거 아닙니까? 어딜 가나 뻔하게 몇 종류 밖에 없는데 한 두 번 마셔보면 아는 거, 그거 그렇게 이야기 한다고 해서, 브랜드의 로열티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무슨 보리차나 우유, 분유 광고도 아니고 맥주 광고에서는 Material 보다는 다른 브랜드의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게 아니냐 하는거지요.

여기에는 두 가지 반문을 할 수 있습니다.
1)        이런 바보 같은 새끼, Material을 갖고 하이트가 오비 뒤집었쟎어!
2)        이런 븅신, 맥주 새 브랜드 런칭하면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있을 텐데, 그거 가장 효과적으로 만족시키는게, 바로 “맛” 아녀?, 그런 걸로 Trial을 유도해서 자꾸 자꾸 마시게 만들어야 되는 거 아녀?

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1) 하이트가 “천연암반수”를 갖고 뒤집은거 맞습니다. 맞고요, 근데, “천연암반수”를 가장 크게 비쥬얼로 보여줬지만, 그게 결국 소비자의 인식상에서 남은건 무엇일까요? “천연암반수”를 써서 건강에 좋은 맥주입니까? 아니면 “천연암반수”를 써서 “깨끗하고 청량한 맛의 맥주” 아닙니까? “이 깨끗함과 청량함의 맥주” 라는 건 바로 기본적으로 맥주를 마실 때 사람들이 찾는 본원적인 속성이고, 여기에 50년 동안 변함없이 두 가지 맛의 맥주만 먹어야 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맥주의 속성으로 가장 적합하게 맞아 떨어진 거 아닙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시원한 맛’으로 맥주를 먹지 “쌀을 넣어서 부드러운 맛”을 찾으러 맥주집에 가거나, (쌀 막걸리를 드시지요!), “보리만 100%를 넣어서 정통의 맛” (보리차를 드시지요!)을 찾으러 호프집에 가는건 아니지 않나요?
결론은 “하이트의 천연암반수”는 단순한 Material 싸움 이상의 이미지로 남을 수 있었고, 그 이유는 “물”이라는 Material이 맥주의 본원적인 기능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쌀과 보리”의 경우 그만큼 강하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이트를 생각할 때는 분명히, 당시 페놀 사건으로 오비가 입은 타격에 어부지리한 면이 크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도 오비 맥주는 영남지역에서 가장 취약합니다)

2) 네, 역시 맞습니다. 맥주는 마시는 건데, 가장 중요한 경험이 맛인데, 맛을 이야기 하지 않고 어떻게 새 맥주를 런칭시킬 수 있겠느냐는 말씀 역시 맞습니다. 하지만 바로 전에 청진동 해장국집의 예처럼 꼭 “저희 맥주는 맛이 이렇습니다” 라고 이야기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할 수 도 있을 겁니다. 여기 맥주의 material이나 직접적으로 맛을 이야기 하지 않고도 브랜드 만의 ”맛’을 잘 전달한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기네스의 광고지요.
바로 맛으로 끝나지 않고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를 훌륭하게 구축한 사례입니다. 마치 하이트가 오비를 이겼을 때처럼 말이지요.


5. 하이트: 전략 집행상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전체적인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그렇게 맛으로 가져가기로 했다고 해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우선, 하이트 프라임의 경우, “100% 보리로 만든 정통 유럽식 맥주” 이고 하이트보다 윗 급인 premium class 라는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왜 윤도현이 기타 들고 나오는지, 어디서 premum 느낌이 나오는지, 도대체 이걸 마시는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정통 유럽식 맥주면, 정말 독일에서 막 건너온 것 같은 느낌을 주던지, 하이트 보다 다만 몇 십원이라도 비싼 맥주니까 그렇게 Premium 느낌을 주는 모델을 쓰던지, 그런 간지로 가던지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차라리 하이트 광고에 윤도현이 나갔더라면 훨씬 더 브랜드가 젊어지는데 공헌했을 겁니다. 하이트 프라임을 낮추자니 그 쪽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스타우트랑 부딪칠까봐 부담이 되었을까요? 하이트 프라임을 고급스럽게 연령을 낮추고, 스타우트는 야성적으로 젊은 맥주로 갔다면 해결 되었을 수 도 있었을 것 같은데. 거기다 윤도현이 1500년대로 백투더퓨처처럼 돌아가서 환상속에서 맥주순수령 경험을 하는 광고의 경우는 정말 브랜드의 Look & Feel은 전혀 무시하고 머리에는 보리밖에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하이트 프라임의 경우에는 도대체 왜 나왔나 하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습니다. 브랜드의 확장이라는 화두는 하바드 비즈니스 리뷰의 아주 단골 소재일 정도로 논쟁이 많은 잇슈입니다. 하지만 대체로 브랜드가 위로 확장하는 경우에는 성공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쪽의 의견이 많은 듯 싶습니다. 마치 아르마니 이름으로 밑으로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나왔지만 위로는 아르마니 이름을 달고는 나오기 힘들다는 거지요.

홍보자료를 보니 하이트에서는 앞으로 10년 후 커질 시장에 대비해서 지금부터 투자를 한다고 하는군요. 하지만 200억원씩을 쓰고 (전체 마케팅 비용의 2/3 입니다), 1년에 1%씩 시장을 늘려간다는게 믿겨지지 않는군요. 제 생각에는 굉장히 궁색한 변명입니다. 그래도 하이트로서는 오비가 삽질하고 있다는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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