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사들의 최대 광고주 가운데 하나인 SK가 지난 1/4분기 동안 광고량을 줄인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이 이를 분식회계 사태 이후의 조심스러운 행보로 해석하자 SK측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언론이 이런 평가를 내리게 된 데에는 지난 한 해 계열사인 SK텔레콤의 방송광고비(1415억원)만으로도 2년 연속 최대 광고주로 떠올랐던 SK가 지난 2월 분식회계 사태 이후 매달 광고비 집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일보는 지난 9일자에서 “SK는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이 단행된 지난 2월 중순 이후 광고물량을 대폭 줄였다”며 “계열사 가운데 소비자 광고를 가장 많이 하는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1월 한달 동안 TV광고료만 158억 6000여 만원을 지출했지만 압수수색 당월인 2월 광고액은 130억 7000여 만원으로 전월대비 17.6%를 줄였고, 3월 들어서는 2월에 비해서도 23.2%나 줄어든 100억 4000여 만원을 지출하는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SK측의 광고 내용과 관련해서도 의구심의 눈길을 보냈다. 한겨레는 지난 3월 14일자에서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SK가 장학퀴즈(사진) 광고를 들고 나온 것은 SK란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기본’으로 돌아갔다고도 볼 수 있다. …SK의 이번 광고가 과연 국민들의 실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월 19일자에서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SK의 ‘장학퀴즈’ 편은 분식회계 사건으로 위기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방영되는 것이라 눈길을 끄는 것이 사실”이라며 “SK의 이미지를 일구는데 큰 역할을 했던 장학퀴즈를 소재로 내세워 ‘오래 전부터 젊고 유능한 인재를 양성해 왔다’는 것을 강조한 점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SK그룹과 계열사인 SK텔레콤 측은 이러한 언론의 보도가 과장됐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 광고팀 김동우 과장은 “분식회계 사태 이후 자체적으로 준비했던 50주년 행사가 모두 취소되는 등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태의 여파로 광고량을 줄였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분식회계 사태의 영향보다는 최근 통신시장에 특별한 이슈가 없다는 점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의 경우 타사와의 통화품질·월드컵·신제품 경쟁 등으로 광고량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올해의 경우 다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며 “실제로 올해 1/4분기 광고량은 지난해 4/4분기와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진 추세이지만 2001년과 2002년 같은 분기와 대비해 보면 오히려 광고량이 더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SK그룹 홍보팀 최동원 대리는 “장학퀴즈 광고는 분식회계 사태 이전에 발주된 광고임에도 일부 언론은 그룹 사건이 터지자 이를 마치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내놓은 의도적인 광고처럼 해석하고 있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대리는 또 “장학퀴즈 광고는 좋은 반응에 비해 수명이 짧았던 광고”라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언론이 지적하는 ‘노출 자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환 기자 / hwany@mediatoday.co.kr
미디어오늘 2003/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