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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클럽 : 한현우 기자의 칸 국제광고제 취재기


▶ 2002/6/26

안녕하세요. 문화부 한현우입니다. 오늘은 지난 6월 16일~22일 프랑스 칸에서 열렸던 제49회 칸 국제광고제 이야기를 해드릴까 합니다. 저는 국내 신문기자로는 유일하게 칸 광고제를 취재하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국제광고제를 취재하러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휴양도시이자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칸으로의 출장은 마음 들뜨는 일이었습니다. 단 한가지, 월드컵 이탈리아 전을 앞두고 떠났기 때문에 그걸 광화문에서 못보게 된 것이 섭섭했습니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모든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했기 때문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장면을 그곳 TV로 보았습니다. “쏭종구끄”, “최진처르” 하던 프랑스 아나운서 목소리가 생각나는군요.

칸 국제광고제는 클리오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로 꼽힙니다. 그러나 클리오와 뉴욕에 비해 칸 광고제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명성도 높습니다. 여기에는 광고제 한달 앞서 칸에서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도 한몫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84년까지 칸 광고제는 칸과 베니스에서 번갈아가며 열렸습니다. 칸 광고제의 상 이름과 문양이 사자(Lion)인 것 역시 베니스의 문장(紋章)이 사자이기 때문입니다.

올해 칸 광고제에는 67개국에서 1만7000여편의 광고를 출품했습니다. 인쇄(Press & Poster), 필름, 사이버, 미디어, 다이렉트 부문으로 나뉩니다. 그 모든 광고를 다 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작품을 전시·상영하지도 않지요. 수상자 발표 하루 전날, 심사위원단은 쇼트리스트(Short List)를 발표합니다. 이른바 ‘본선’에 오른 작품들인 것이지요. 그 작품들은 전시되거나(인쇄) 상영(필름)됩니다.

그러나 그 리스트는 결코 ‘쇼트’하지 않아서, 인쇄부문 쇼트리스트 작품들을 보는 데만 3~4시간이 걸립니다. 필름부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꼬박 극장에 앉아 지켜봐야 합니다. 이 밖에도 매일 5~6개 세미나가 열려 광고인들을 끌어모읍니다.

그러나 광고작품들이 워낙 강렬하고 압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세계 유수의 광고회사에서 만든 광고들은, 정말 번쩍번쩍 빛나는 아이디어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걸 생각해냈을까, 하는 작품들이 수두룩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쇼트리스트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시시해보이는 작품들도 있긴 했습니다.

필름부문 쇼트리스트 작품들이 상영되던 21일, 저는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을 찾아갔습니다. 본선에 오른 작품들만 무려 600편 가량. 이걸 어떻게 다 보나 했더니, 짧으면 30초, 길어야 2분인 CF들은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랑프리는 미국 와이든 앤 케네디(Wieden+Kennedy)사가 만든 나이키 신발 광고가 받았습니다. 이 광고는 ‘기자상’과 ‘음악상’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때도, 시상식에서 다시 봤을 때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나중에 한 미국인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이 광고는 번화한 거리에서 한 사람이 다른 젊은이의 어깨에 손을 탁 얹으면서 시작됩니다. 이 젊은이는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이어 그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이 젊은이로부터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경찰도 달아납니다. 젊은이는 필사적으로 그 중 한 사람이라도 잡으려고 전력질주합니다. 결국 지하철 역에까지 뛰어가서 지하철을 타지 못한 단 한사람을 발견합니다. 다시 뛰어가는 장면에서 화면은 정지. 이어 카피가 나옵니다. “TAG”. 그리고 “PLAY”와 나이크 로고인 스워시 마크입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Tag’은 우리의 ‘치기장난’과 비슷한 놀이입니다. 술래가 정해지면 술래는 다른 사람을 손으로 칠 때까지 쫓아다녀야 하지요. 결국 저는 ‘tag’의 뜻을 몰라 이 광고를 해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레오버넷 코리아가 만든 한국 맥도날드 광고도 은상을 받았습니다. 이 광고는 배우 신하균이 등장합니다. 신하균이 버스 뒷자리에 조폭처럼 생긴 남자와 함께 앉아있습니다. 조폭은 손에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들고 졸고 있습니다. 신하균이 그중 하나를 몰래 빼내 먹으려는 순간, 버스가 급정거 하면서 조폭이 깨어납니다. 들고 있던 감자튀김은 앞으로 다 쏟아지죠. 조폭은 튀김이 모두 없어진 봉지와 튀김 하나를 손에 든 신하균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신하균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튀김을 도로 조폭 손에 든 봉지에 넣습니다.

이 광고는 시사회에서 큰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전세계에서 모인 광고인들이 이렇게 호응하는 광고는 많지 않았습니다. 많은 광고들이 박수 대신 휘파람 소리로 야유를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흥미로운 광고들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FOX TV 광고가 큰 웃음을 얻었습니다. 한 남자가 창고에서 작업을 하려고 전기드릴을 만지는데 작동이 잘 안됩니다. 선반에 드릴을 놓는 순간, 드릴은 총으로 변해 총알을 내뿜습니다. 이어 카피가 나옵니다. “10월에 만든 제품을 쓸 땐 조심하세요(Beware of things made in October).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가 시작됩니다(MLB playoff is coming).” 그리고 Fox TV 로고가 나옵니다. 다음 장면은 드릴 공장에서 드릴 만드는 노동자들이 TV 야구중계를 보느라고 드릴을 아무렇게나 조립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Fox TV 광고는 이 밖에도 핸들이 뽑히는 보트, 화염방사기로 변하는 낙엽청소기까지 3편이 이어졌습니다.

서양에도 유치한 광고들이 득세하고 있더군요. 한 하이네켄 광고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로미오 줄리엣처럼 분장하고 나와 온갖 닭살돋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카피는 “하이네켄을 사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 광고를 계속 내보내겠습니다”였습니다. 다음 편엔 할아버지가 날개를 달고 천사로 나옵니다. 카피는 “지난번 광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모양인데, 이번엔 하이네켄을 살 수밖에 없을 겁니다”였지요. 이 광고는 수상에서는 제외됐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광고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클럽 18-30’이란 리조트 광고는 영국 ‘사치 앤 사치(Saatchi & Saatchi)’에서 만들었습니다. 강아지 한 마리가 호텔 방 너머 풍경을 유심히 보더니 어디론가 뛰어갑니다. 그러더니 다른 강아지들과 사람들이 하는 온갖 체위를 구사하며 ‘**’을 합니다. 이 광고는 금상을 받았는데, 이 광고의 인쇄부문 광고 역시 섹스를 소재로 한 광고였습니다.

사치 앤 사치 로스앤젤레스가 만든 벤츠 광고도 우리나라라면 방영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엄마가 벤츠 미니밴에 앉아 유치원생 딸을 기다립니다. 딸은 유치원이 끝나자 엄마에게로 쏜살같이 뛰어옵니다. 뒷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맨 딸에게 엄마가 “안녕?”하고 인사하자, 딸이 차가운 얼굴로 대답합니다. “닥치고 운전이나 해!(Just shut up and drive!)”

자동차 광고 중에 재미있는 게 많았습니다. 역시 사치 앤 사치 로스앤젤레스가 만든 도요타의 스포츠카 ‘셀리카’ 광고입니다. 날렵하게 생긴 빨강색 스포츠카가 한산한 주택가에 조용히 서있습니다. 갑자기 한 할아버지가 집 밖에 나오더니 소리를 칩니다. “천천히 달려! 여긴 주택가라구!(Slow down! This is a neighborhood!)” 그 다음 카피가 등장하죠. “보기에도 빠릅니다(Looks fast).”

공익 캠페인에서도 인상적인 것들이 꽤 있었습니다. 한 남자가 길을 걸으면서 여자가 1명 지나갈 때마다 숫자를 셉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네번째 여자에겐 갑자기 따귀를 때립니다. 다음 네번째 여자에겐 “Bitch!”라고 욕설을 하고, 다음 네번째 여자는 주먹으로 사정없이 두들겨 팹니다. 이어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영국 여성 4명중 1명이 남성들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광고는 영국 여성단체인 ‘Womankind’의 캠페인이었습니다.

한 금연캠페인은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 여자가 운전을 하고 있고,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담배를 피워 뭅니다. 갑자기 여자가 핸들을 휙 꺾더니 반대 차선으로 갔다가 절벽 쪽으로 몰았다가 가로수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려 했다가 좌충우돌 합니다. 혼비백산한 남자가 소리칩니다. “지금 뭐하는거야!” 여자가 대답하죠. “방금 당신이 나에게 한 것과 똑같은 일을 했을 뿐이야”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표현하는 내용이었지요.

이 밖에도 숱하게 많은 광고들이 있었지만,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수첩에 일일이 다 적기도 불가능했습니다. 광고들을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만, 칸 광고제 홈페이지(www.canneslions.com)에서 광고 동영상들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광고제 기간 동안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에 올랐기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를 무척 부러워 했습니다. 스페인을 꺾었을 땐 광고제에 참석했던 한국 광고인들 수십명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했는데, 지나가는 차들이 경적을 울려 주더군요. 식당에서 공항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사람이냐, 대단하다”고 치켜세웠고, 광고제 시상식에서 사회자는 “환상적인 한국(Fantastic Korea)”이라고 했습니다.

칸 시(市)의 모토는 “삶은 축제다(Life is a festival)”라고 합니다. 따가운 햇살과 잔잔한 바다가 있는 도시에서, 98년 이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상한 광고제를 취재하고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장면까지 TV로 지켜봤으니 정말 축제같은 출장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한현우 드림 hw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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