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투데이 이승연 기자] 주류업체들이 아이돌스타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와 사회적 비난 등에 막혀 기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도 새롭고 참신한 광고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해 11월 말 ‘처음처럼’ 소주 모델로 아이돌 그룹 씨스타의 멤버 효린과 카라의 하라, 포미닛의 현아를 발탁했다. 광고 초기만 해도 이들의 광고 동영상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 업체는 이런 효과가 매출로 이어지길 내심 기대하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공공기관의 ‘엄포’에 20여일 만에 광고 동영상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가 ‘술 광고에 아이돌 모델 기용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주류 제조사와 연예기획사, 광고 제작사에 발송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는 공문에서 ‘롯데주류의 댄스 배틀 동영상’에 나타난 선정성이 청소년과 시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또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한 후 실효성이 없을 때는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결국 롯데주류는 광고 동영상 서비스를 공문 접수 3일 만인 12월21일에 울며 겨자 먹기로 중단했다.
이 업체와 효린, 하라, 현아 등과의 모델 계약 기간은 통상적인 업계 관행에 따라 6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단 1개월만 동영상 광고를 벌였을 뿐 나머지 5개월은 비싼 모델들을 두고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
업체 관계자는 “일단 효린과 하라, 현아의 동영상 광고 등은 서울시의 권고에 따라 남은 계약기간에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며 이는 시의 방침이 변하지 않는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모델들은 지면 광고와 영업사원들이 현장업무용으로 지참하는 포스터에만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매출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결국 아이돌 모델을 이용한 마케팅이 논란만 될 뿐 매출 상승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처럼 관계자는 “모델 교체로 이미지가 신선해진 측면은 있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매출이 올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지금은 작년에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점유율이 회복되는 국면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처음처럼 매출의 일등공신으로 가수 이효리를 꼽으며 헌정소주까지 만들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PM 등을 모델로 발탁했던 OB맥주의 관계자는 “아이돌을 모델로 썼기 때문에 매출이 오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결과”라며 “아이돌을 모델로 쓸 경우 빠른 시간 안에 화제가 된다는 것 정도가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예계도 아이돌의 주류 광고에는 부정적인 인식이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한 엔터테인먼트사 관계자는 “아이돌을 주류광고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지난해 한 주류업체가 피겨여왕 김연아를 모델로 썼다가 집중적인 비난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여기지만 주류회사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비난을 감수하고 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아이돌 스타를 활용한 주류 마케팅이 단순히 일시적 화제를 낳는 것에 불과하고 공공기관이나 시민 단체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계속되는 실정에서 다른 광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인물 위주가 아닌 자연물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한 홍보 기법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투데이,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