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 위치·취향 따라 광고, 지도와 연계… 쿠폰 제공도… PC보다 화면 작아 주목도 높아
NHN, 스마트폰서도 검색 광고… '다음'은 광고용 도구로 대행사업
구글·애플은 전세계 상대 영업
핀란드 로비오(Rovio)사가 만든 스마트폰용 인기 게임 '앵그리버드'를 하다 보면 오른쪽 상단 구석에 조그만 광고창이 나타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뉴스보기 프로그램은 화면 아래쪽에 광고가 실린다. 아메리칸항공(AA) 같은 미국 회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음식점·영화사이트·전자제품 광고도 나온다. 외국 회사들이 어떻게 한국의 조그만 음식점 광고까지 실을 수 있을까?
사실 이런 광고는 뉴욕타임스나 로비오가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해서 유치한 것이 아니다. 모바일 광고 사업을 하는 구글이 다수의 광고주를 유치해 스마트폰 앱에 광고를 실어주는 것이다. 광고 수입은 구글과 앱 개발사가 나눠 갖는 구조다.
국내에도 스마트폰 이용자가 2000만명을 돌파하면서 모바일 광고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모바일 광고 시장은 1000억원, 내년에는 2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광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인터넷·통신 업체들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모바일 광고 시장 잡아라
모바일 광고는 PC보다 작은 화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광고의 주목도가 높다. 지도 서비스와 연계해 각종 할인 쿠폰과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타깃 광고도 가능하다. 어느 지역에 있는지, 무슨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는지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은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하 다음)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유선 인터넷의 검색광고 모델을 스마트폰에 도입했다. 스마트폰의 네이버 검색창에서 '광화문 맛집'이라고 입력하면 광고주로 등록된 식당의 목록을 먼저 보여주는 식이다.
NHN은 모바일 광고로 하루 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예상매출은 300억원이다. 이 회사 원윤식 팀장은 "올 2분기부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네이버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PC 접속자의 50%를 넘어섰다"며 "내년에는 이런 추세가 더 급속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스마트폰 게임이나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사에 광고를 실을 수 있는 도구(플랫폼)를 제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앱을 개발할 때 광고가 들어갈 공간만 지정해두면 다음이 제공한 '아담(AD@M)'이라는 광고 플랫폼이 알아서 자동으로 광고를 실어준다. 이를 통해 다음은 자기 사이트 회원만이 아니라 수많은 앱에 광고를 뿌린다.
▲ 광고를 보거나 클릭하면 광고주는 약 150~250원의 광고료를 지불하고 이를 구글이나 다음 같은 광고대행사와 앱 개발사가 4:6으로 나눈다.지난달 다음의 광고플랫폼 '아담'을 통해 광고가 노출된 횟수(페이지뷰)는 100억건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이용자 2000만명이 한 달에 500번씩 아담을 통한 광고를 본다는 뜻이다. 올 1월 20억건이던 것이 9개월 만에 5배 늘었다. 광고주도 1900개 회사를 확보했다. 광고가 실리는 곳은 아프리카TV·이지데이·알바천국 등 스마트폰용 앱과 모바일용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사용자가 광고를 보거나 손가락으로 누르면 광고주는 한 건당 150~250원가량의 요금을 지불한다. 광고 수입은 일반적으로 앱 개발사와 광고플랫폼 제공사가 6대4로 나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일일이 광고 수주를 하러 다닐 필요가 없고, 공짜로 앱을 뿌려도 사용자를 많이 모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
남재관 다음 전략부문장은 지난 1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모바일광고 매출이 매 분기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다음의 모바일 광고 매출이 11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등 외국회사도 뛰어들어
외국 업체들의 공세도 거세다. 세계 최대의 모바일 광고회사 구글은 작년 말 '애드몹'이란 광고 플랫폼을 국내에 들여왔다. 구글은 2009년 이 기술을 가진 동명의 회사를 7억5000만달러(약 8300억원)에 인수했다. 애플도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각광받는 기술이다.
구글은 전 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한다. 한국에서 접속하면 한국 기업 광고를, 미국 사용자에게는 미국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5만개의 앱이 구글이 제공하는 모바일 광고를 게재한다. 월간 광고 노출 횟수는 40억건으로 추산된다. 다음의 아담에 이어 2위다.
세계 2위 업체인 미국 인모비(Inmobi)도 최근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BBC 등 세계적인 언론에 모바일 광고를 게재한다. 인모비는 스마트폰을 기울이는 각도에 따라 내용이 달리 보이는 광고, 화면을 터치하면 동영상이 나오는 광고, 자동차의 겉모습을 360도 돌려가며 볼 수 있는 광고 등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광고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인모비에 2억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인모비의 나빈 티와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한 달간 우리가 내보낸 광고는 소비자에게 520억회가 노출됐다"며 "스마트폰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11/10 조선일보, 최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