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회사 오리콤(www.oricom.co.kr)은 최근 창립 36주년을 맞아 자사 직원 71명을 대상으로 평소 라이프스타일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특집 사보 <볼륨을 높여라>를 통해 공개했다. ‘오리콤씨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오리콤의 이경석 카피라이터가 정리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본문의 수치는 모두 응답자 전원의 평균값이다.
오리콤씨의 나이는 30대 중반(33.9세). 마음은 60평,몸은 20평대(29평) 아파트에 단촐(자녀 0.5명)한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다. 광고밥 먹은 지는 어느새 8년째(7.6년)다.
아침마다 1시간 가까이(49분) 출근 전쟁에 시달린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일단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밤 사이 쌓인 메일부터 체크. 낯 뜨거운 스팸메일부터 업무 메일까지 20통(22.5통)이 넘는다. 매일 커피·녹차(3.9잔)를 달고 살게 된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출근길 지하철 광고판부터 신문,TV 광고까지 눈여겨 보다 보면 광고의 홍수(27.6편)에 빠진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보태다 보면 1주일에 3일은 야근(2.9회),하루에 절반 가량을 회사에서 보낸다(11.9시간).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짬짬이 ‘즐겨찾기’(31.9개)에 등록돼 다양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동호회에 글을 올리기도 하고 신문도 검색한다. 메신저로 동료들(16.3명)의 생활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것도 또다른 낙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허리’인 만큼 권한도 책임도 점점 많아져 스트레스(68.0점/100점)도 한 해가 다르게 높아졌다. 반면 연봉에 대한 만족도(69.6점)는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지금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편(74.5점). 회사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문화비 3만원을 포함,한달에 6만원 정도로 영화(1.8편)도 보고,책(1.3권)도 읽으며 산다.
또 하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1주일에 한두 번(1.3회) 정도 동료들과 술 자리를 갖는다. 폭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회사 근처에서 간단히 소주(1.1병)나 맥주(1.6병)를 즐긴다. 광고회사 주당들 얘기도 이젠 전설이다. 술 한잔 걸치면 습관처럼 ‘에잇,회사 확 관둔다’고 생각하지만(5.1회/월) 아직까지 한 번도 실행하지 못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안주 삼아 먹다보니 야금야금 늘어난 건 살(+4.2kg)이다.
5년쯤 후에는 연봉 1억대(1.4억원)의 전문직 고소득자로,60이 넘어(60.2세) 머리가 희끗희끗해져도 일하는 즐거움을 아는 노병이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 ‘10년 젊어질까? 10억 줄까?’하면 10억 쪽(56.7%) 으로 마음 기운다. 아직은 꿈많은 부자 아빠인가 보다.
오늘은 그래도 빨리 퇴근(20시48분)했다. 이런 날은 가족과 함께 보내지만(1시간23분),그중 TV 보는 시간이 1시간(57.9분). 실제 가족들과의 대화시간은 거의 없다. 이럭저럭 잠자리에 들려고 시계를 보니 벌써 1시(24시40분). 선천적으로 잠이 없는(쿵!) 오리콤씨는 평균 6시간을 채 못 자고(5.7시간)만에 벌떡 일어나 다시 회사로 향한다.
이경석(오리콤 카피라이터)
스포츠투데이 2003/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