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축구팬 울리는 이동국의 육성 CF

by [Anti/20] 박종언 posted May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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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사커   2006-05-25 12:00:00  

"8년을 기다렸습니다..."
"꼭 뛰고 싶었습니다..."
"비록 그라운드는 아니지만... 4800만 붉은악마와 함께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꼭 이겨주십시오"

불의의 부상으로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한 축구선수 이동국의 CF가 축구팬들 사이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K리그 경기 도중 발생한 무릎 부상으로 8년만의 월드컵 진출 꿈을 접은 이동국은 KTF 광고에 출연, 잔잔한 음성으로 태극전사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네티즌들은 "빨간색과 월드컵을 동원한 CF가 넘쳐나는 통에 짜증이 물밀듯 일었는데 어설프게 작위적인 감동을 유도하는 CF에 비해 진심이 느껴지는 CF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밑에 관련 칼럼도 긁어왔습니다.



진심이 사람의 가슴을 울린다. [ 조회수 : 5,981 ]  

[2006년 05월 25일 13시 12분]
4주 전 나는 난생 처음 골절상이라는 것을 당했다. 후배들과 오랜만에 축구를 하던 중 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라운드에 쓰러진 순간, 부러졌구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깁스와 함께 화창한 날씨에도 집에 쳐 박혀 있는 동안 나의 답답함과 짜증은 더해져만 갔다. 몸이 재산인 축구 선수들에게 부상이라는 병마가 얼마나 커다란 고통을 주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기도 했지만 집구석에만 쳐 박혀서 화창한 날씨를 바라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자괴감은 더해만 갔다.

나의 더해지는 짜증에 중요한 플러스 요인은 티비만 틀면 나오는 월드컵 광고였다. 모든 제품에 어설프게 월드컵을 갔다 붙인 광고들은 제품에 대한 호감을 일으키기는커녕 똑같은 방식의 작위적인 감정 자극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까지 생기게 만들었다. 애국가, 응원가, 태극기, 붉은 유니폼까지........ 정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를 짜증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는 나날들이었다.

[영상] 축구팬 울리는 이동국의 육성 CF (바로가기)

절뚝절뚝 보행을 시작한 며칠 전 대표팀의 평가전을 티비로 지켜보게 되었다. 원톱으로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던 안정환은 대표팀의 공격 전술에 완벽하게 조화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짧은 패스와 긴 패스를 혼용하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여 주었던 지난 대표팀의 전술은 상당 부분 이동국이라는 원톱에 맞춰져 있었던 터, 공중 볼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안정환은 경합 과정에서 무척이나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이동국의 공백에 아쉬움을 달래고 있던 찰라 하프타임에 티비에서 KTF의 광고가 흘러 나왔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의 모습, 그의 독백. 옆에서 늦은 저녁을 먹으며 티비를 보던 동생이 갑자기 얘기했다.

"뭐야~ 씨....... 눈물 날라 그러잖아."

그랬다. 뒤에 앉아있던 나 역시 가슴이 아팠다. 쏟아지는 월드컵 관련 광고들 중 어느 하나 나의 감정을 자극하지 못했었건만 그 광고를 보는 순간 나의 가슴이 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왜일까 잠시 고민을 해보니 생각보다 결론은 빨리 나왔다.

"8년을 기다렸습니다. 꼭 뛰고 싶었습니다.........."

진심. 나의 가슴을 자극했던 건 바로 그것이었다. 작위적으로 짜여 진 각본으로 찍힌 수많은 광고들에서 나는 축구에 대한 그들의 진심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저 벗겨진 껍질로 애써 자신들의 상품을 포장한 어색한 쇼에 불과했을 뿐이었으니까.......

"꼭 이겨주십시오."

그것은 그의 가슴 아픈 진심이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그의 가슴이 얼마나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지, 그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그 곳을 열망했는지 알고 있기에.......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을........

진심이라는 것. 그것은 사람의 가슴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일 것이다. 꿈, 희망, 커다란 목표....... 그것이 우리에게 인생의 드라마로,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은 바로 가슴 속 깊이 염원하고 소망하는 마음, 그 진실 된 기도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동국 선수. 꼭 돌아와 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아니 대한민국 축구팬들의 진심입니다.”


by 양경모 (엠파스 토탈사커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