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광고]Requiem for Smoking

by [Anti/11] 김주섭 posted Jun 0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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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requiemforadream.com/# prologue.
그간 PT와 요 아래 글들로 인해 머리가 어지러울 터...
마케팅적 고민이 덜한 공익광고 이야기 ㅎㅎ..



#. Very Very Extreme Close UP and 영화 레퀴엠
광고를 보자마자 우선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영화 레퀴엠(Requiem for Dream)이었다.
뭐, '-아트홀' 붙는 극장에서 상영이 되었으니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터라 영화의 장면을 언급하긴 뭐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레퀴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이 광고에서 사용된 극단적인 클로즈업 기법이다.

영화에서 이 기법은 담배가 아닌 마약흡입 장면에 사용된다.
동공이 커지는 것부터 침과 함께 넘어가는 식도(기관지) 장면,
더불어 화면 분할(와이드 스크린에서의 화면 분할은 그 느낌이 제대로다)되어 마약이 동시에 겉과 속, 폐부로 넘어가는 장면.
동공이야 그렇다 쳐도, 기관지와 식도, 폐부로 넘어가는 그 장면을 잡아낸 그 상상력이라니...
(말로 하는 것보다 보는 게 훨 강렬하니 함 보시길 ㅎㅎ)
물론, 비위가 약한 분들은 몇 번씩 나오는 그 장면이 너무 사실적 혹은 징그러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때때로 사실을 그대로 보여줄 때 그 폐해와 문제점이 더 커지지 않을까.
(그래서 조폭 영화의 미화가 문제되는 거고)

이런 극단적 클로즈업이 광고에서는 라이터-담배-입술-동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냥 스쳐서 보기엔 무슨 아트작품 같지만, 잘 보면 다 우리 신체 일부분이다.
가끔 렌즈를 너무 가까이 대면 사람들은 피부 안 좋은거 티 난다고 피하곤 한다.
마찬가지다.
문제를 가까이 하면 할수록 평소에 보지 않으려 했던 것, 혹은 신경써서 안 봤던 것들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섬뜻하고, 다시 한번 클로즈업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한다.

#. 광고로 돌아와서
우선 방송국에서는 PD들의 스트레스를 늘리면서까지 흡연 장면을 없애고 있는데,
대담하게 라이터를 켜는 그것도 여고생으로 추정대는 모델이 불을 붙이는 용기에 박수를 친다.
이게 만약 제품 광고였다면 고상하신 심의위원들께서 짤없이 짤라주었을 터인데..
(좀 오버하면 공익광고에서 크리에이티브의 해방구를 보았다고 할까 ㅋㅋ)

작년에 제 무덤을 파는 마약광고가 회자된 적이 있다.
그 광고와 비교했을 때, 이 금연 광고는 적극적으로 현실적이지 않은가.
사실 구도를 놓고 보면 그 광고는 개콘식 말장난일 수 있다.
'마약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입니다.'
우비 삼남매나 안다박사가 나와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가.
물론, 담배가 마약과 견줄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키치열풍 이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기법은 내겐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 나레이션이 깬다고?
사실 그렇다.
마지막에 나오는 "담배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닙니다"의 성우는 너무나 익숙한 공익광고틱한 목소리다.
다만 카피를 줄이고 영상에 힘을 실어준 아트웤만은 강렬하다.
요즘 공익광고의 패턴인가.
일단은 화면으로 얘기를 풀어가는 거.
다만 너무 극중완성도를 위해 앞뒤로 붙인 공간 설정이 사족으로 느껴진다.
(혹, 타깃들이 저런 몽~한 공간을 좋아해서 그랬는지도..)
모 꽃다운 나이에 이러면 사막으로 간다.
교훈적인 얘기가 꼭 들어가야 했을까.
마약 광고가 회자된 것도 앞뒤 다 잘라내고 한가지만을 던진 깔끔함 때문이지 않을까?
Be Simple!

#. 짜깁기한 인상...
과감한 프레임을 만든 용기는 멋진데,
TTL(3번짼가...), Requiem, 또 어디선가 본듯한 엔딩 장면은 결국은 이런 용기를 퇴색하게 만든다.
감독이 누구건 간에 어디선가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짜깁기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성 싶다.
다시 말하지만 옥상이라는 현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교차해가며 덤덤하게 보여주었을 때 그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까.
괜히 사과나무-옥상-황량한 벌판으로 이어지는 공간 변화는 메시지의 교훈성을 올리긴 하지만 동시에 임팩트를 조금 떨어뜨리고 있다.

#. 현실적 광고의 최대 약점
그렇지만, 현실은 보기 싫으면 눈감아 버리면 그만이다.
여타의 금연 캠페인이 그렇듯이,
금연 광고를 보면 오히려 '에이씨~'하며 담배를 더 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네거티브 피드백을 방지하는 게
금연 광고에 있어 정말 "Big Idea"가 아닐까.

덧> 참고로 영화 레퀴엠을 본 분이라면 레퀴엠 사이트 서핑도 쏠쏠한 재미가 있을 듯.(링크 참조)
  모 굳이 영화를 안 봤더라도 웹아트 개념으로 봐도 멋진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