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광고] 내가 생각하는 맥주 광고들 3부

by [YET/3] 강준구 posted May 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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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비: 전략 집행상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

오비의 광고를 가만히 보면, 일단 프린트 광고에서는 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TV 광고에서는 “그냥 좋은 친구처럼 좋은 맥주” 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싶습니다. 그리고 Promotion으로 Free sampling 을 하고 있지요. 핸드폰으로 무료 쿠폰을 나눠주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 그저 오비가 쌀만 갖고 이야기 한다고 하면 억울해 할 수 도 있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이트 프라임이 이미 100% 보리 맥주라는 걸 전체 하이트 광고비의 2/3을 들여가면 이야기를 뻥 터트려 놨는데, 왜 거기서 쌀 이야기를 했냐는 거지요. 오비는 20% 수준의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 올려서 대한민국 대표 맥주인 하이트와 경쟁을 해야하는데, 결론적으로는 고작 1% 점유율을 갖고 있는 하이트 프라임과 싸우는 꼴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쌀”이라는 점을 부각시킬려고 선택한 전략적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싸움의 전장을 잘못 선택한 것이 아닌가요?

또 저 같으면 Free sampling 안하겠습니다. 오비 정도의 유통 장악력이면 삽시간에 신제품을 Outlet에 깔 수 있을 거고, 고작 서 너 가지 맥주 두고 일주일이면 두 세 번씩 먹는 시장에서, 우리 남자들 새 맥주 나왔다고 하면 먹어보고 싶지 않습니까? 차라리 광고에서 새 제품의 신비감을 고조시키는 쪽으로 접근했다면, Free sampling 안 해도 사람들 많이 사먹을 겁니다. 저 같으면 그 돈으로 차라리 outlet쪽 보조금 같은 걸 지급하는 식으로 접근하겠습니다. 한 번 먹어보는 것과 그 맥주의 Fan이 되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니까요. 뭐 우리 제품이 하도 훌륭해서 한 번 먹어보기만 하면 무조건 Fan이 된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다른 이야기 이겠지요. 대행사의 제안서에는 아마 Free Sampling으로 신제품에 대한 Trial 및 관심을 유도한다고 되어있을 겁니다. 적어도 관심을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Trial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데 공헌을 했을 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참고로 하이네켄은 절대로 Free Sampling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좋은 맥주는 돈 내고 사먹으라는 이야기지요)

마지막으로 TV 광고를 보면, 제가 대학 1학년때 지하철에서 봤던 OB 광고가 생각납니다. “사람들이 좋다. OB가 좋다.” 라는 카피로 20대 후반 ~ 30대 초반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활짝 웃으면서 오비를 마시는 비쥬얼이었지요. 그런데 10년 후에 그 당시 오비의 마지막 황금기에 봤던 광고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 시장은 완전히 바뀌었는데 말이지요. 사실 이런 식으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occasion에서 접근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전통적으로 오비가 취해오던 방식이었습니다. 오비 라거의 마지막 광고도 정우성과 이정재가 회사일을 마치고 다른 회사 동료들과 함께 그 날의 피로를 푸는 크리에이티브였지요. (박카스 같군요.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3위로 처져버린 브랜드로서 10년 전 1위였던 때와 똑 같은 접근을 계속 고집하는 게 어떤 소용이 있을까요. 새로운 브랜드의 런칭이라면, 그만큼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시장과 소비자 인식 상에 어떤 신선한 충격처럼 다가가야 할텐데, “부담 없는 친구 같은 맥주”라는 오래된 카피가 과연 새 브랜드의 런칭에 도움이 될까요?


7. 모든 게 광고주의 잘못이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감히 단언합니다. 모든 게 광고주의 잘못입니다.
우선 저는 결코 어떤 대행사도 하이트 프라임이나 오비 같은 브랜드 네임을 추천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대행사란 항상 새로운 걸 좋아할 뿐 더러 마케팅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하이트를 넣으면 결코 프라임은 프라임이 아니다라는 것도 알고 있었을 테고, 죽어버린 브랜드를 다시 관에서 꺼내서 파란색 옷만 입힌다고 해서 오비가 살아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걸 고집한 건 분명히 광고주들이고 그들의 잘못입니다.

위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비맥주에서 오비를 새로 출시하면서 전체 직원들이 1박2일로 극기 훈련을 갔다고 합니다. 거기서 나이가 60이 된 부회장님이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오비가 우리 나라 맥주 1위가 되는 것을 보고 회사를 그만둬도 여한이 없겠다” 라고 말씀을 하셔서  모든 직원들이 숙연해졌다고 하더군요. 홍보자료만 봐도 오비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재기를 결심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가슴을 뒷받침해줄 냉철한 이성이 있었는지 경험과 지식이 일천한 저로서는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분명해 보이는 건 그런 브랜드 네임을 계속 가지고는 절대로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겁니다. 실망스럽겠지만 하이트 프라임은 계속 1 ~ 2% 수준의 점유율에서 맴돌것이며 오비는 출시 두 달째부터 줄어든 점유율이 계속 줄어들 수 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하이트 프라임은 차라리 스타우트와 함께 카스를 압박하는 쌍두마차로 활용하고, 오비의 경우 브랜드명을 바꾸든지 아니면, 10년 묵은 카피를 벗어던지고, 정말 웰컴식의 완전히 깨는 크리에이티브에 의존하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쌀” 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면 안되다는 이야기지요.

저의 의견에 많은 분들이 의견 주셨으면 합니다.
기네스 광고와 다른 맥주 광고들도 링크를 곧 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