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광고] 내가 생각하는 맥주 광고들 1부

by [YET/3] 강준구 posted May 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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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 번에 글 올렸다가, 김민기가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광고들이 있어서 올립니다.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들을 교환해 보았으면 합니다.

요즘 들어 광고비를 많이 쓰는 업종 중, 맥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대한민국에 딱 두 개 있는 맥주 회사, 하이트와 오비가 각각 기백억대의 광고비들 들여가며, “삽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래 광고하는 사람들끼리는 다른 광고 욕하지 말자고들 하는데, 실은 많이들 욕하지요… 뭐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새로 런칭한 오비맥주는 그 유명한 웰컴에서 한다고 하는데, (근데 요즘에는 잘 못 나간다고 하던데..) 저는 처음에 보고서 다음 생각이 들더군요.
1)        음, 광고주가 굉장히 고집이 세네.
2)        꼭 오리콤 스타일이네.
3)        정말 세련되게 삽질하네.

기실 그렇게 되면 안되지만 광고만 보면 오비 맥주는 하이트 프라임하고 맞붙어서 싸우는 것 같지요. 하이트 프라임 역시 제 생각에는 돈 많이 들여서 무쟈게 삽질하고 있는 브랜드 입니다. 하이트 프라임을 보면서 제가 느낀 건, 단 하나, ”야, 하이트 돈 많은가보다” 입니다. 되게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을 한 번 말씀드리지요.

1. 시장 점유율과 저의 생각
마켓 상황을 보면, 현재 마켓 1위는 부동의 하이트로 전체 M/S의 한 55%를 갖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OB가 아니라 카스로 25% 정도 됩니다. 전통의 OB는 자사가 인수한 카스에도 밀려서 3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돈을 수백억씩 처바르고 있는 하이트 프라임 역시 출시 1년이 지났지만 전체 시장의 불과 1%도 되지 않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OB 역시 출시 한 이후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작년 동기 대비 줄었다고 하는군요.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하이트 프라임이나 오비 역시 둘 다 시장에서는 실패할 것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합니다. 결국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건, 바보 둘이서 싸웠다는 거지요. 두 회사 밖에 없는 맥주 시장에서 만일 하나가 삽질하고 다른 하나가 똑똑하게 대처했다면, 뭔가 변화가 일어났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결국 광고 대행사나 매체사 좋은 일만 시킨 셈입니다.

2. 제가 생각하는 하이트 광고주 및 대행사의 고민
저는 늘 제 부사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광고를 볼 때는 저 광고를 만든 대행사 AE의 브리프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를 생각하라고 말이지요.

제 생각에 하이트의 문제는 바로 지금의 인기를 천년 만년 끌고 갈 수 있을 것인가? 였을 겁니다. 현재 병맥주의 헤비 유저는 남성 28 ~ 33세대라고 합니다. 즉, 대학생들은 돈이 없어서 생맥주를 먹고, 돈 있고 시간 있는 직장 초년병들이 바로 병맥주의 가장 헤비유저라는 거지요.

실제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카스의 경우 20대 초반 및 여성 층의 그야말로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브랜드인 반면, 하이트의 경우 1993년부터 “천연암반수” 캠페인으로 시장을 역전시킬 때 팬으로 만든 당시의 20, 30대가 그대로 늙어서 30대 후반 ~ 40대로 약간 나이든 사람들이 먹는 맥주로 인식이 되어있습니다. 오비의 경우 그나마도 없이 그냥 맥주주세요 할 때 주는 맥주, 아저씨들이 먹는 맥주로 인식이 되어있지요.

따라서 하이트로서는 지금은 잘 나가는데, 앞으로 10년 후, 즉 지금의 하이트 팬들이 더 나이를 먹어서 40대 ~ 50대가 되는 그 때에도 과연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던 겁니다. 제 생각에는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LG애드가 대행을 시작하면서, 고소영이도 넣고, 브랜드를 젊게 보이게 하는 감성적인 접근을 시작한 듯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알다가도 모르겠는건, 왜 “하이트 프라임”의 타겟 시장이 정확하게 무어냐는 겁니다. 하이트측 홍보 자료를 읽어보면, 젊은 층에서 고급 수입맥주에 대한 선호가 강하게 시작하는 것을 보고, 그 시장을 노려서 런칭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현재 오비의 카프리가 잡고 있는, Premium Class 시장을 잡기 위해서 런칭을 시킨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3. 제가 생각하는 오비 광고주와 대행사의 고민
오비야 말로 뭐 말할 것 없이 브랜드 충성도가 열세인 상황에서 도저히 오비라거라는 전통의 브랜드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겠지요. 인수한 카스가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카스 하나로 가기 보다는 오비 라거를 다시 새롭게 단장해서 하이트에 대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여기서 광고주와 대행사가 한 고민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도대체 오비라는 브랜드를 갖고 갈 것인가 버려야 할 것인가?
2)        카스랑은 어떻게 cannibalization 없이 전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3)        하이트를 뒤집어 엎을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아아, 여기서 오비는 제가 보기에 정말 안타까운 결정을 하고 맙니다. 분명 대행사는 그렇게 충고하지 않았겠지만,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는 오비 맥주 광고주의 욕심과 고집 때문에, 완전히 새롭게 나와야 하는 브랜드가 오비라는 60년 된 이름을 달고 나오고, 요즘에는 아이들도 하지 않을 쌀/보리 놀이를 기백억원을 들여가면서 하게 된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