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우유팩에서 유리컵으로

by [Anti/11] 김주섭 posted May 0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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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분할 업그레이드되다
우선, 이번 밀크 매니아 편에서는 최근들어 많은 광고에서 사용되는 화면 분할기법을 업그레이드시켜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SKT PR에서 최근 곡선 처리를 시도하곤 있지만 대부분의 광고들이 통상 화면분할이든 아니든 선을 이용한 분할을 선호하고 있다.
그런 관례(?)에 반해 밀크 매니아에서는 아예 선이라는 분할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유리컵이란 오브제를 통한 화면 분할을 시도했다.
더구나 제품대신 제품과 연관이 있는 오브제를 이용함으로써, 제품이 크게 나오는 동종업계의 광고와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덧붙여 확실한 분할 느낌을 위해 좌우 샷 사이즈, 채도, 무빙의 대비를 통해 그 느낌을 살려주었다.
다만 클로즈업-풀샷의 대비가 아직 유저들에겐 익숙치 않은 프레이밍이라는 점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더구나 네 명의 모델 다 빅모델인 관계로 유저들의 시선은 빅모델의 클로즈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측면에서 굳이 극단적인 샷 사이즈를 통한 대비가 필요했을까 하는 반문을 해본다.

유리컵, 새로운 우유광고의 코드
그렇지만, 밀크 매니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유 광고의 코드를 바꾸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유 광고에서는 종이팩 우유 제품이 꼭 등장한다.
(경쟁사에서는 아예 우유팩을 기초로 한 캐릭터까지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번 밀크매니아 시리즈에서는 유인촌씨 편만 제외하고는 우유팩이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유인촌씨가 쥐고 있는 우유팩도 얼핏 보면 부메랑과 구분되지 않는다.

물론 유리컵이라는 도구는 아주 많은 음료군 제품에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항상 주변부에 머물며 아무도 돌보지 않던 유리컵을 메인으로 등장시킨 그 시선은 독특하다.
우유라는 올드한 제품에 무언가 변화를 주기 위해 우유의 오랜 벗이지 스파링 파트너인 유리컵이 등장한 것이다.
서울우유의 심벌이었던 왕관방울도 나름대로 끝에 자리를 잡고 있고,
식상해진(혹은 경쟁사에 비해 비중이 약해진) 팩 대신 유리컵이 서울우유를 상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물론, 유리컵이라는 도구가 실제 우유를 소비하는 유저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맞느냐 맞지 않느냐란 문제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여타의 브랜드들이 간과하고 있던 유리컵이라는 상관성 높은 도구로 우유를 코드화한 점이 이번 광고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한다.

Milk Mania는 Milk빛 불투명?
이렇듯 비주얼적으로는 투명한 유리컵을 통해 신선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밀크 매니아라는 시리즈는 장기적으로 본다면 불투명한 우유처럼 그리 명쾌해 보이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밀크매니아는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는 나름대로 독창적인 임팩트를 가진다.
하지만 그 임팩트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그친다는 점이 아쉽다.
얼마 전 낙농협회까지 나서서 우유 소비량을 촉진시키는 마당에 '우유는 00 다'라는 개콘 우격다짐식 멘트는 조금 설득력이 부족하다.
물론 광고와 개콘이라는 트렌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지만,
'아직도 이해를 못할' 유저들이 곳곳에 있을지언데, 이렇게 여러 편을 동시 멀티로 돌릴 필요가 있을까?
광고는 개그 콘서트 처럼 '개그는 흘러가는데...' 라며 소비자를 마냥 약올릴 수 없다.

빅모델들의 동시 멀티 진행은 소비자들에게 회자되긴 쉽다.
하지만 공들여 임팩트하게 구축해 놓은 우유컵 심벌이 캠페인으로 뻗어 나가기에는 그 사이클이 너무 짧은 감이 있다.
눈을 잡아 끄는 시리즈도 좋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캠페인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다년생 광합성 식물,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