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팟]1%의 가능성만 있다면...

by [Anti/11] 김주섭 posted Mar 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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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100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일상에서 과장 기법을 참 많이(X100) 쓴다.
오죽했으면 몇 년 전 한 작가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한국 사람만큼 많이 죽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무서워서 죽고, 좋아서 죽고, 배고파서 죽고, 배불러서 죽고, 보고 싶어 죽고..."
위 글처럼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모든 어려움 혹은 사소한 감정까지도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신세대도 채팅 속에서 ''X100'' 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부풀리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때론 이 말이 뻔한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X100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수치 0을 초과하는 어떤 감정이 있다는 말이다.

IF와 크리에이티브 사이
이런 언어 습관을 바탕으로 과장 크리에이티브는 ''만약에''라는 상상력에 충실한 기법이다.
-만약에(If) 라는 단어가 없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 될까.-
광고 같은 경우에는 IF/Unless 뒤에 항상 제품이 붙는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 붙는 문장이 바로 크리에이터의 능력이고, 크리에이티브의 진수다.
역설적으로, IF/Unless 뒤는 픽션이다.
픽션에 있어 과장과 허풍(?)이 없다면 누가 그 크리에이티브에 감탄하겠는가.

Unless 네스팟
누구나 걸리적 거리는 선, 조금만 이 선이 길었으면 하는 니즈는 집 안에서 느꼈을 것이다.
집 안이 아니라면 랜선이 즐비하게 물려 있는 전산실, PC 방 구석을 생각해 보자.
거기다가 바퀴벌레 한 마리가 그 선위를 지나가고 있으면 선 때문에 치지도 못하고,
또 잡아도 즐비한 선 사이로 퍼질 파편 치울 생각에 끔직해 할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의 출발은 여기에 있다.
일상 생활 속의 소비자 니즈, 그리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소수의 개연성을 가지고 과장 크리에이티브는 시작하는 것이다.

개연성의 발견
혹자들은 과장이 단지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본다.
그렇지만 과장은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물리적인 개연성에서 출발한다.
랜선을 당겨서 무너질 집은 없겠지만, 특수강철로 만든 랜선이라면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고,
성수대교나 삼풍처럼 지어진 건축물이라면 충분히 랜선 하나로 집을 망가뜨릴 수 있다.
카오스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나비효과(아마존의 나비 한마리의 날개짓이 태평양에서 태풍을 일으킨다)처럼.
미스터 빈이 무심코 당긴 랜선이 집안을 부숴버리는 설정도 가능성 0%의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크리에이티브의 백미는 벽이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라,
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개연성의 발견에 있다.
컨센트에 꽂혀있는 선을 잡아 당긴 경험은 대부분 한 두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선 끊어질 걱정을 하지 벽 무너질 걱정은 하지 않는다.
때문에 벽이 무너지는 장면 못지 않게, 선이 안 끊어진다는 설정이 더 머리속을 울린다.

다만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젠 거의 사라져가는 110V 컨센트의 출현이 조금 눈에 걸리적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