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Na 세상을 다 가졌니?

by posted Jul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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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 있다.
아니 학교에 없다.

한장 한장 넘길 때 마다
나는 여기에 없다.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세상을 다가져라 Na...





질식해 버릴 것만 같았다.
책장 넘기는 소리..아이들의 교복에서 나는 부스럭 거림.
토해내는 듯한 선생님의 목소리.

몇년 전..
50명에 가까운 친구들과 찌는듯한 교실에서 땀에 젖어 다리에 감기는 치마와
자꾸만 감겨오는 눈꺼풀에 취한듯 몽롱히 앉아 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어머니가 매일을 깨끗이 빨아 눈부실만큼 하얗기만한 교복 블라우스조차
불투명하기만 하던 내일에 대한 탄식으로 빛바래보였던 그때.
밝게 웃는 날보다 긴 한숨소리가 유난했던 18살의 여름.
오직 나에게만 닫혀있던 그런 세상이 존재하던 과거로의 회귀.

그.래.서.

가위에 눌린듯 옴짝 달싹 못하고 뚫어져라 모니터속의 소년을 주시할 수 밖에 없었다.


소년은 긴 한숨에 무엇을 뱉어낸 것일까.
세상을 다가질꺼라고 호탕하게 말해야 하는 무모함과 젊음이 살아있어야 하는 나이.
하지만 세상은 소년을 속인다.
그래도 가져야 한다.
결국 소년은 자신을 속이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위해 그 답답한 공간에서 단지 부양하고만 있는 것일까.

적나라하다.

잘 꾸며진 수식어들로 포장된 세상에 익숙해져가는 우리들에게 "네가 꿈꾸던 세상이 이거니?"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창문 밖의 세상은 좀 더 나을거라고, 내가 원하던 무엇인가가 있을거라고 그렇게 자위하던 18살의 나는 고등학교 졸업앨범속 증명사진처럼 화석화 되어 가고있다.

"그래서 넌 세상을 다 가졌니?"

망가질 정도로 술에 취해 잠이든 다음 날 아침의 속처럼 허무하게 쓰리고 쓰린 기분.


세상은 마술사.
나는 관객.

난 뻔히 마술사의 마법이 속임수인걸 알지만 신기해 하며 박수를 칠뿐이죠.
굳이 그 속임수..캐내고 싶지 않아요.
그걸 알아버렸을땐 마술은 더이상 마술일수 없을테니.
모르는척 난..박수를 칠 수 있는 관객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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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90.85.6 admedian (inyeon3@hanmir.com) 07/14[12:40]
마법의 속임수를 알게 되면, 아마도 그 마법을 부리려고 하지 않을까.ㅠ.ㅠ
211.245.6.237 김준성 (owlboy@hanmail.net) 07/21[06:15]
음.... 학창시절을 답답함으로만 추억할려하는....NA광고... 공감은 가지만.. 억지스럽게도 싫다.
203.238.212.16 지아 08/08[11:43]
이때까지 Na는 "세상을 다 가져라"라고 말했다. 이 광고는 이제까지 했
던 맨트를 비웃고 있다. 그러고서는 또 말한다. 세상을 다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