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 ‘월’ 쌍방향광고 인기몰이
밤 9시를 조금 넘겨 배우 한가인에게 전화를 건다. 010-5544-1950. 신호음이 세번 울리고 나서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나 지금 대본 연습하는 중이야, 곧 끝나니까, 어디서 만날지 문자로 보낼게, 거기서 봐, 이따 봐용!” 급하게 전화를 끊은 그녀가 ‘가인이가’라는 제목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온다. “에구…대본연습이 이제야 끝났다…ㅠㅠ 오늘은 내가 자주 가는 곳에서 한잔 하고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어! 여기로 와! http://m.bohaemoon.com”
그녀가 자주 간다는 곳은 가상주점 ‘보해 월(月)’. 스마트폰을 클릭해 주점을 찾았더니 이미 그녀가 자리를 잡고 있다. 화면 속에서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와 소주잔을 기울이고, 그녀가 틀어준 음악을 듣다 보니 어느새 취기가 도는 듯하다. 우울했던 기분도 한결 밝아졌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온라인 가상주점에서 배우 한가인과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보해 소주 ‘월’(月)의 인터랙티브(쌍방향) 광고가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월14일 광고를 처음 선보인 이후 한달도 채 안 돼 컴퓨터·태블릿피시·스마트폰 등을 통한 방문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3일에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한가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통화 건수도 10만건이 넘었다. 보해 관계자는 “올림픽과 여름휴가가 겹쳐 있었던 이달 들어서도 하루 1만명 이상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주점을 방문하면 한가인이 술자리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안부를 묻거나 고민을 토로하고, 방문자는 화면에서 답변을 선택해 대화를 이어나가게 된다. 또 ‘한가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시간대별로 모두 5종류의 멘트를 듣고 문자를 받을 수 있다.
10개월의 준비 끝에 이 광고를 만든 제일기획은 인기 비결을 요즘 유행하는 ‘힐링’에서 찾았다. 제일기획은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틈바구니 속에서 새 상품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힐링’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좀 색다른 형식을 시도했다”며 “‘힐링공간’인 가상주점에서 편안하고 오랜 친구 같은 한가인을 만나 삶에 지친 이들이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한 게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보해 관계자도 “경품을 내걸지도 않았는데, 사이트의 ‘벽 낙서’ 게시판에 매일 다양한 고민을 적은 진심 어린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봐도 가상주점이 ‘힐링공간’으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출시된 소주 월은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사탕수수 단일 주정(술의 주성분)을 원료로 한 제품으로, 부드럽고 상쾌한 뒷맛이 특징이다. 보해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소주회사라 아직 전국적인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광고 인기에 힘입어 제품 판매도 늘 것으로 회사 쪽은 기대하고 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