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있어 이미지는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다. 소비자가 가진 이미지가 곧 브랜드나 기업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나 의료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아프거나 다쳤을 때 찾게 되는 병원은 차갑고 무서운 이미지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병원이나 의료업계 관련 광고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병원이 그저 무서운 곳이 아닌 즐겁고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펀(fun) 마케팅’을 도입한 것이다. 의사가 영화 캐릭터로 변신하는가 하면 유명한 그림의 주인공을 활용해 친근감을 높이고 젊은 층이 선호하는 UCC영상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재미와 감동으로 환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의료업계 ‘펀’ 광고 열풍에 대해 살펴봤다.
◇영화 ‘아이언맨’ 연상시키는 캐릭터 활용= 우리 신체 중 가장 민감한 부위인 ‘눈’을 다루는 안과 광고는 대체로 하얀 배경에 ‘눈’만 강조한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눈을 검사하거나 치료하는 곳인 만큼 ‘눈’을 특징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함인데, 이로 인해 오히려 안과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최근 안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인기 영화의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가 등장했다.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는 영화 ‘아이언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김진국 대표원장의 얼굴로 광고를 제작했다. 시력교정수술에서 주로 사용되는 레이저를 아이언맨의 레이저로 연상시켜 라식, 라섹 수술에 대한 거부감을 낮췄다.
김진국 원장은 “환자들이 의사, 병원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친근하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유머 요소를 가미한 광고를 제작했다”며 “치료를 받기 전 광고 속 이미지를 떠올리며 환자들이 한결 편안하게 치료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명한 그림의 주인공 활용해 제품 특징 살려= 한림제약의 하지 부종 개선제 ‘안토리브’의 광고에는 누구나 아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명작 ‘모나리자’가 등장한다. 그림 속에서 다소곳하게 상반신만 드러내던 모나리자가 그림에서 나와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한다.
광고는 흔히 알고 있는 명화 모나리자에는 상반신만 있고 하반신이 없다는 점에서 착안해 “모나리자가 하반신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다리 각선미에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라는 재미있는 가설을 세워 안토리브를 통해 다리 부종을 해결하고 각선미에 자신감을 되찾아 자신 있게 하반신을 드러낸다는 내용이다.
다리 정맥 내 혈액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리가 붓는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토리브의 특징을 참신하고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 광고는 실제 하지 부종을 고민하는 여성들 사이에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쇄 광고에서 탈피한 색다른 광고로 공감대 형성= 인쇄 광고나 버스, 지하철 광고를 벗어나 UCC 영상을 활용한 광고도 등장했다. 성형과 피부 관리를 하고 있는 끌림365 클리닉에서는 실제 병원 방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영상을 배포해 블로그와 SNS 상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상에는 시내 한복판에서 사랑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는 한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예뻐 보이기 위해 피부 관리를 시작했고 피부 관리를 받은 뒤 남자친구에게 더욱 사랑을 받게 됐다는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피켓을 들고 이야기를 하는 여성의 용기와 남자친구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에 대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젊은 여성들 사이에 관심을 받았다.
울산의 맘스 여성병원의 경우 남자들이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포대기를 두른 채 “여자들은 좋겠다”는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UCC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의료업계에 불고 있는 ‘펀’ 마케팅은 환자가 갖고 있는 병원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동시에 병원 자체의 이미지를 밝고 즐거운 곳으로 인식해 ‘찾기 어려운 곳’에서 ‘찾기 쉬운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국민일보,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