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의 굴욕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TV광고를 주름잡고 있는 공식이다. 평소 도도하고 강하게 보였던 톱스타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인데 이같은 반전을 활용한 광고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SK텔레시스의 W광고다. 누아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어두운 장면으로 시작한 광고는 두 남자의 추격전으로 이어진다. 메인 모델은 평소 ‘폼생폼사’로 알려진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상대 배우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지만 최시원의 반응은 느려도 한참 느리다. 속된 말로 ‘합이 잘 짜였다면’ 한편의 근사한 액션 영화겠지만 지지부진한 리액션 탓에 마지막 장면은 코미디가 돼버렸다. 이 내용은 스마트폰의 느린 반응 속도를 풍자한 것으로 자사의 제품이 한결 빠른 응답속도를 보장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SK마케팅앤컴퍼니 문상숙 사업부장은 18일 “소비자들은 스타들이 평소에 보여주는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며 “특히 과묵하고 얌전한 이미지를 가진 스타들의 코믹한 모습을 접하면 그 효과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이어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눈길을 확 끄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는데 이 광고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깊고 풍부한 맛에 빠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맥스는 톱스타 고현정과 소지섭을 모델로 기용했다. 매 작품 선이 굵은 역할을 맡아왔던 고현정과 과묵하고 진중한 캐릭터의 소지섭은 특유의 이미지 덕에 무게감 있는 광고의 단골손님이었지만 이 광고에선 가볍고 친근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영화 촬영 중 휴식을 취하는 콘셉트로 등장한 고현정과 소지섭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과 자신을 비교하며 ‘얼굴, 몸매, 피부, 수영 실력 등 우리도 부족한 게 없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그 와중에 누군가 ‘아이돌보다 나이가 많다’며 반박하자 두 배우는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 아이돌그룹 2NE1도 온라인쇼핑몰 11번가 광고에서 귀여운 모습을 부각시켰다. 최근 론칭한 ‘110억 파티’편에서 이들은 T고객을 상징하는 티셔츠를 입고 11번가에 들어선 한 남자를 에워싸고 손가락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움직이면 쏜다! 안 움직여도 쏜다’라고 위협을 가한다. 핑크색 특공대복 차림의 2NE1이 말하는 ‘쏜다’는 ‘총을 쏜다’는 의미가 아니라 ‘포인트를 증정한다’는 뜻.
광고 제작사측은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있는 무대매너로 인기를 끌고 있는 2NE1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강렬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코믹하고 발랄한 모습을 선보이며 오히려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평했다.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악역을 맡았던 신인 배우 주원은 KFC ‘징거 S’의 모델로 이미지 변신에 도전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버거’라는 미션을 수행하다 우연히 ‘징거 S’를 만들게 된 요리사 주원은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S’ 웨이브 댄스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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