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옷 도움 필요없는 섹시스타… 일반 여성은 거리감 느껴… 모델 연령은 더 어려질 듯…
신세경은 되고, 황정음은 안된 것은? 김남주는 하고, 김혜수는 안 한 것은? '속옷 모델'이다.
'인기 끝물의 배우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게 속옷 모델'이라는 말은 구문이 된 지 오래. 2000년대 이후 톱스타들이 란제리 모델시장에 속속 영입되고 있다. 실제로 광고업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민아, 신세경이 '비비안' 모델의 바통을 주고받았고, 한예슬은 '비너스' 모델로 3년째 장수하고 있다. 가수 아이비는 '게스 언더웨어'의 화보로 매력을 뿜어냈고, 공효진은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의 화보를 통해 마른 체형에서도 관능미를 발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코믹하면 할 수 없는 직종?
모델 선정에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올 최고의 인기 시트콤이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은 두 스타, 황정음과 신세경을 배출했다. 둘 다 젊고 발랄한 이미지를 지닌 신세대 스타이지만, 유독 신세경만이 수억원대의 계약금을 호가하는 속옷 광고 모델로 낙점됐다.
비비안 박종현 홍보실장은 "둘 다 틴에이저의 앳된 이미지를 가졌지만, 신세경은 청순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여성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반면, 황정음은 귀여운 장난꾸러기 이미지가 더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대상 조사에서도 황정음은 신세경만큼이나 선호도가 높았지만 '몸매 이미지'에서는 떨어졌다. 박 실장은 "속옷은 은근한 여성스러움이 묻어나야 하기 때문에 귀엽고 코믹한 이미지가 강한 모델은 아무래도 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히트작이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두 여주인공도 비슷한 경우. 글래머러스한 주인공 김선아보다 조연이었던 정려원이 속옷 모델로 발탁됐다. 사랑을 속삭여야 하는 분위기에 웃음이 터져서는 안 된다는 뜻일까? 비너스의 최장수 모델인 한예슬에게 코믹한 이미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한예슬은 귀여움과 도발적인 관능미가 공존해서 성공한 케이스"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너무 '섹시'해도 부담스러워

속옷 모델과 관련해 떠오르는 두 번째 의문은 일명 '섹시스타'의 이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명사인 김혜수가 없고, 이효리는 '트라이'에서 권상우와 함께 '몸매를 강조하지 않은' 브랜드 이미지 촬영을 한 게 전부다. 엄정화도 없고 박시연도 없다. 왜일까.
대홍기획 한유석 팀장은 "굳이 속옷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섹시 스타들은 제품 마케팅에선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분석한다. '일반 여성들로부터 오히려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 '이 제품을 착용하면 (부족한) 내 몸매가 살아나고 돋보인다'는 필요성, 현실성을 심어주는 게 광고마케팅의 목적이니까요."
섹시스타와는 거리가 있는 김남주(2002년 비비안)와 장진영(2004~2005년 비너스)의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 다 몸매 이미지가 강한 모델은 아니지만 지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이미지, 당당한 자신감을 앞세워 30대 미시족의 소비 욕구를 파고들었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씨는 "김남주와 장진영의 공통점은 고급한 섹시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섹시함은 육감적인 몸매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표정, 포즈, 당당함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육감 몸매'의 또 다른 주인공인 한채영은 어떻게 비비안 모델(2001년)로 발탁됐을까. 당시 촬영을 진행했던 한유석 팀장은 "아직 신인이라 한채영씨의 몸매가 그렇게 볼륨감 있는 줄 몰랐다. 카메라 앞에 선 순간 알게 됐고, 가슴 부분은 대역 모델로 바꿔 촬영하느라 소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채영 광고는 6개월 단발로 끝났다.
◆점점 어려지고, 대범해지고
전문가들은 속옷 모델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이비 페이스'에 관능미를 겸비한 '청순+글래머'가 대세인데다 주 소비층인 30·40대 여성들의 패션 눈높이가 20대의 여성 스타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모델들의 노출 수위도 점점 대범해질 전망이다. 2007년 이후로 '드러내라'는 콘셉트가 소비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은데다 실제로 속옷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패션이 대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안에 우리 톱스타들이 외국 모델들처럼 속옷만 입고 광고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다.
<조선일보,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