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유기농 주스야. 몸에 좋대."(변희봉), "우아! 이런 기능도 되는 거야?"(신민아)
SBS 수목극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이하 '여친구')가 노골적인 간접광고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지난 1일 방송에선 이야기 흐름과 관계없이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고 나서, 시청자의 극 몰입에 방해가 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7회 방송에선 차풍(변희봉)과 구미호(신민아)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눴다. 차풍은 구미호에게 "이게 유기농 주스야. 맛이 괜찮을 거야"라며 주스를 권했고, 구미호가 몇 차례 들이키는 장면이 나왔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차풍이 또 한 번 같은 회사의 다른 음료를 꺼내며 "이거 하나 더 마셔. 유기농 주스야. 몸에 좋대"라며 재차 주스 홍보에 나섰다.

주스뿐만이 아니다. 이날 방송에서 차대웅(이승기)이 구미호에게 휴대폰을 선물하는 신이 있었다. 선물을 받은 구미호는 박동주(노민우)를 찾아가 휴대폰을 자랑했다.
구미호는 "그거 대웅이가 사줬어"라며 기뻐했고, 박동주는 구미호와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꺼내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 전화번호를 전송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이때 구미호는 "우아! 이런 기능도 되는 거야?"라며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박동주는 "당신에게 너무 과하게 좋은 걸로 선물했군요"라며 휴대폰의 성능을 재차 강조했다.
이 밖에도 '여친구'에는 특정 자동차와 닭집이 필요이상으로 자주 등장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이날 역시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확인 결과 이들 모두 '여친구' 제작지원사의 제품들로 밝혀졌다.
'여친구'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상품명이 노출되지 않게 하려고 철저하게 신경썼다"며 "지금까지 간접광고를 자제해 왔지만, 불가피하게 이번 7회에 간접광고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두드러져 보인 듯하다. 다음 회에서부턴 간접광고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프로그램에서 간접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을 5%로 제한하고 있다. 또 직접적인 상표 노출은 전체 화면의 25%를 넘을 수 없게 돼 있다. 이 외에도 상품명이 드러날 경우 프로그램 시작 전 '이 프로그램은 ○○의 협찬을 받아 제작됐다'는 고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드라마 대사를 통해 브랜드를 언급하거나 제품 구매를 권유하는 것은 금지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적절한 간접광고는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등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며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시청 흐름을 방해하거나 방송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우려도 있다. 앞으로도 간접광고와 관련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이해완 기자 parasa@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