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의 노출 욕구 + 기업 소비자 마케팅 ’윈윈 결합’
누구나 한번쯤 광고 모델을 꿈꾼다. TV나 신문, 잡지 등 매체 광고에 얼굴을 내미는 ‘유사 연예인’ 체험도 색다른 즐거움이고 모델료도 짭짤하게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마침 소비자와의 접점을 최대한 끌어내려는 ‘드림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인 모델을 선발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사람들에게 모델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한화건설은 최근 아파트 브랜드 ‘꿈에그린’ 모델 선발대회를 열었다. 참가 자격은 25~35세 대한민국 여성, 다시 말해 일반인이었다.
신선한 모델을 찾는다는 취지로 기획된 이 행사에는 단 9일간 무려 1,510명의 지원자가 몰려 일반인 모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엿보게 했다. 행사를 주관한 광고대행사 한컴의 최재호 차장은 “모집 기간이 짧아서 많아야 500명쯤 응모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류심사와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지난 3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본선에서는 김정은(28), 배성희(24)씨가 공동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씨는 그래픽디자인 회사 AE였고 배씨는 대학원 진학 준비생이었다.
일반인 모델 선발대회에 쏟아지는 관심은 미디어 노출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없어졌다는 것이 첫번째 배경이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김재휘 교수는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가 확산되는 것은 달리 말하면 대중이 자신의 모습이 공개되는데 익숙해져 있다는 의미다.
공개석상에 나서기를 꺼리던 과거의 인식이 바뀌고 오히려 미디어 노출을 ‘기회’로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한다.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연습이 충분히 돼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기존 소비자와 유사한 이들을 내세움으로써 광고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추세도 일반인 모델 선발대회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겹치기 출연으로 유명 연예인 모델의 광고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데다 소비자들이 자신과 비슷한 일반인의 말을 더 현실성 있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물론 맹점은 있다. 동국대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일반인 모델을 쏟아낸다면 그들의 장점인 신선함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인 모델에 대한 선호도와 선망이 합쳐지면서 인터넷상에는 모델의 꿈을 좇는 주부들의 공식 카페(주부모델캐스팅ㆍhttp://cafe.daum.net/me7me)가 생길 만큼 ‘모델 워너비(wannabeㆍ특정 계층을 닮고 싶어 하는 사람)’는 급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덕분에 기업 모델 콘테스트를 거쳐 실제 모델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이들은 일반인 모델의 성공 비결을 ‘적극성’ 이라고 말한다.
2개월 전 한 인터넷 쇼핑몰 모델 선발대회에서 수상한 윤미선(28)씨는 현재 홈쇼핑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본래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는 윤씨는 “유아 모델인 딸과 우연히 잡지에 함께 등장한 뒤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이후 섭외 연락을 기다리는 데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오디션을 찾아 다녔더니 더 많은 기회가 생겼다“고 비결을 밝혔다.
적극성과 더불어 모델 선발 업체의 행사 취지나 브랜드와 상품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필수다.
‘건강한 돌(Dole) 가족모델 선발대회’를 기획한 마케팅팀 나호섭 차장은 “행사의 취지를 잘 이해하며 과일 브랜드의 건강하고 신선한 이미지에 어울리고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친근감을 갖췄는지가 선발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지원서 접수(5월3일 마감)가 한창인 ‘내추럴뷰티 선발대회 2007’을 여는 화장품업체 더페이스샵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홍보팀 김미연 부장은 “흔한 미인대회와는 다르다“며 “자연주의 콘셉트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연중 마케팅 캠페인의 일부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말 그대로 자연미인 선발이라는 기업의 행사 취지에 맞는 인물이 뽑힐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팁 하나. 일반인 모델의 관문을 뚫고 전문 모델로 점프하고 싶은 사람이 새겨 들어야 할 충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꾸준함’이다.
수많은 UCC스타가 등장했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듯 광고로 데뷔한 일반인 모델도 작은 역할이라도 꾸준히 맡아야 더 큰 무대로 옮겨갈 수 있다. 한국싸이버대 컴퓨터정보통신학부 곽동수 교수는 “인터넷 세계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때 성공할 수 있듯 일반인 스타도 꾸준히 자신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