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6-09-13 15:39]

잘살아보세’
이범수·김정은 주연 영화 ‘잘살아보세’의 예고편. 오는 28일 개봉 예정으로 요즘 극장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1960~70년대쯤으로 보이는 시골마을의 일상풍경을 쫓아가는데 뭔가 수상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성적인 행동을 은유하는 동작을 하고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가족계획이 국가 정책이던 시절, 이 마을에선 시도 때도 없이 아이가 출산된다는 모티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여기에 간호사 복장을 한 김정은과 새마을운동 지도자 옷을 입은 이범수가 ‘단속반’으로 등장한다. 정작 영화 속에는 없는 장면들이다. SK텔레콤, KTF 등 굵직한 이동통신사 CF로 유명한 제작사 알파빌의 리형윤 감독이 별도로 제작한 예고편이다.
장진 감독의 신작 ‘거룩한 계보’의 예고편. 역시 10월 개봉 예정으로 최근 극장가와 인터넷에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 정재영과 정준호가 일단의 패거리를 이끌고 대면한다. 이국적인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조폭영화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느끼는 순간, 이들의 앞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유치원생들이 가로막으면서 엉뚱한 ‘장진표 유머’가 구사된다. 역시 영화 본편에는 없는 내용이다. 장진 감독이 만들어낸 영상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 ‘플라이 대디’ 등을 맡아온 예고편 전문 제작사 하하하의 임재완 감독이 연출했다.
14일 개봉한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예고편은 한술 더 뜬다. 문성근이 헬기 밑에서 돈다발을 뿌리는 장면, 주진모가 자동차 폭발을 뒤로 한 채 유유히 걸어나오는 장면 등 대규모 액션 스펙터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예고편이 눈길을 끌지만 영화 속에 이런 장면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임은경의 ‘TTL’ CF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 작품이다. 박감독은 최근 본편에는 나오지 않는 어린이들의 기이하고 엽기적인 이미지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 ‘스승의 은혜’ 예고편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CF 제작사·외주업체 별도 제작 일반화
예고편만을 위해 외주 제작업체에서 별도 제작한 ‘또하나의 영화’들이 충무로에 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영화 본편의 장면을 적절히 편집해 보여주던 예고편만으로는 승부가 어려워진 한국 영화들이 작품 컨셉트만을 가지고 별개의 장면을 연출해 보여주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 영화의 주제와 제목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정착된 현상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하니까, 괜찮아’ 등도 이 같은 티저 예고편으로 개봉 전 화제를 모았다.
요즘 한국영화들의 예고편은 대부분 한 작품당 2가지 버전으로 제작된다. 개봉 3~4개월 전에 티저 예고편을 내보내고 1~2개월 전 영화속 장면을 모은 본예고편을 만들어 노출시키는 과정이 일반화됐다. 2~3년 전부터 이 같은 전략이 시작됐고,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티저 예고편에는 ‘창작’이 가미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영화 촬영을 끝내기 전에 예고편 홍보를 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촬영된 영화장면만 가지고는 만족할 만한 예고편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이런 흐름을 이끄는 요소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지난해 10월 개봉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예고편. ‘잘살아보세’의 알파빌에서 제작했다. 여러 명의 출연진이 윤종신의 노래 ‘환생’을 릴레이식으로 이어 부르는 예고편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고, 영화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파빌 김주원 조감독은 “뮤직비디오 형식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예고편 판도 속에서 차별성을 얻기 위해 CF적 접근을 시도했다”며 “본편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한 편의 광고’를 만들자는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알파빌에는 영화 제작사들의 러브콜이 부쩍 늘어났고, 다른 유명 CF 제작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을 맞고 있다.

‘거룩한 계보’
#‘확실한 2분’ 위해 6개월 투자
별도 제작 예고편이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과거 5천만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던 예고편 제작비도 1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스승의 은혜’ 제작비는 2억원에 달했고, ‘잘살아보세’도 1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약 1억3천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거룩한 계보’(영화 제작비 50억원)의 예고편은 1개월이 넘는 배경 장소 물색 기간을 포함해 약 6개월의 기획·준비기간을 거쳤다. 2분4초 분량의 호소력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쏟은 시간이다. 배우들의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촬영은 하루 만에 마쳤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배경으로 ‘장진 감독 드림프로젝트’라는 홍보문구에 걸맞게 ‘규모 있는 영화’라는 인식을 주는 한편 두 주연 배우가 만났을 때 뿜어지는 분위기를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전략을 취했다. 일대 거리 간판은 배경의 국적을 불분명하게 보여주자는 취지에 따라 모두 외국어 간판으로 포장하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도 덧붙였다. 임재완 감독은 “장진 감독의 초안과 시나리오만 본 상태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라며 “영화 본편의 분위기와 마케팅 컨셉트를 예고편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터넷·다매체 시대의 전략
예고편은 극장에서만 보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미리 퍼지고 예고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네티즌들에 의해 향유되고 있다. ‘…퍼즐’ 예고편은 이를 적극 활용한 경우. 서로 모르던 5명의 주인공이 누군가의 제안에 의해 한자리에 모이는 영화 설정에 따라 각 인물들의 과거 사연을 압축한 예고편을 각각 따로 제작, 총 7개 버전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영화 내용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예고편 장면들은 본편에 나오지 않는 인물의 지난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작사 시네마서비스는 이들 7개 예고편을 인터넷을 통해 활성화시키고 스릴러 영화라는 설정에 맞게 극중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맞히는 인터넷 경품 이벤트도 진행했다. 시네마서비스 이혁종 마케팅 부문 이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충무로 고유의 전략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며 “포스터·극장간판·TV·신문 광고, 이렇게 4가지 매체만 고려하던 과거의 마케팅 전략이 작품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변화·진화를 겪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블로그 등을 통한 인터넷의 ‘펌’ 문화, 즉 콘텐츠를 실어날라 확산시키는 네티즌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를 활용한 바이러스 마케팅 전략이 유효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봉한 ‘천하장사 마돈나’의 경우는 한 청량음료의 TV CF와 연계, 영화 장면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광고에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영화사들은 인터넷·모바일 등 동영상 시대를 맞아 광고나 예고편 자체의 재미를 즐기는 이용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묘수를 강구하는 데 애쓰는 모습이다.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창의인가 기만인가
이 같은 예고편들은 ‘전략’이 아닌 ‘생존’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배경도 있다. 이혁종 이사는 “한해 영화사들에 접수되는 시나리오가 3,000편, 그중 기획에 들어가는 시나리오가 1,000편이다. 이 중 300편이 촬영단계까지 발전하지만 개봉할 수 있는 작품은 100편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10편 안팎이다”라고 사정을 설명한다. “무한경쟁의 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마케팅이 시작되고, 영화 촬영이 30%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티저 예고편을 내놓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예고편에 활용할 장면들이 나오지 않은 시기에 외주제작사의 ‘또다른 창작’이 불가피하게 선택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영화 내용과 상관 없는 장면들로 관객을 속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싸이더스 FNH의 윤상호 제작이사는 “영화를 알린다는 목적과 영화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서로 엇갈릴 때도 있는데 감독들이 예고편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고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윤이사는 “지나치게 본영화와 다르게 나가서 관객으로 하여금 배반감을 느끼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예고편은 일반 상품의 광고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창의력을 발휘하되, 본편의 정서를 일맥상통하게 이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고편을 봤을 때 본편의 내용을 엉뚱하게 상상하도록 만든다든지 영화에도 없는 볼거리를 과대하게 포장하면서 작품의 장르를 왜곡할 경우 그 실망감이 부정적인 입소문으로 퍼져 관객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잘살아보세’
이범수·김정은 주연 영화 ‘잘살아보세’의 예고편. 오는 28일 개봉 예정으로 요즘 극장가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1960~70년대쯤으로 보이는 시골마을의 일상풍경을 쫓아가는데 뭔가 수상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성적인 행동을 은유하는 동작을 하고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가족계획이 국가 정책이던 시절, 이 마을에선 시도 때도 없이 아이가 출산된다는 모티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여기에 간호사 복장을 한 김정은과 새마을운동 지도자 옷을 입은 이범수가 ‘단속반’으로 등장한다. 정작 영화 속에는 없는 장면들이다. SK텔레콤, KTF 등 굵직한 이동통신사 CF로 유명한 제작사 알파빌의 리형윤 감독이 별도로 제작한 예고편이다.
장진 감독의 신작 ‘거룩한 계보’의 예고편. 역시 10월 개봉 예정으로 최근 극장가와 인터넷에 선보이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 정재영과 정준호가 일단의 패거리를 이끌고 대면한다. 이국적인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조폭영화 냄새가 물씬 풍긴다고 느끼는 순간, 이들의 앞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유치원생들이 가로막으면서 엉뚱한 ‘장진표 유머’가 구사된다. 역시 영화 본편에는 없는 내용이다. 장진 감독이 만들어낸 영상이 아니다. ‘싸움의 기술’ ‘플라이 대디’ 등을 맡아온 예고편 전문 제작사 하하하의 임재완 감독이 연출했다.
14일 개봉한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예고편은 한술 더 뜬다. 문성근이 헬기 밑에서 돈다발을 뿌리는 장면, 주진모가 자동차 폭발을 뒤로 한 채 유유히 걸어나오는 장면 등 대규모 액션 스펙터클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예고편이 눈길을 끌지만 영화 속에 이런 장면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임은경의 ‘TTL’ CF로 유명한 박명천 감독 작품이다. 박감독은 최근 본편에는 나오지 않는 어린이들의 기이하고 엽기적인 이미지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 ‘스승의 은혜’ 예고편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CF 제작사·외주업체 별도 제작 일반화
예고편만을 위해 외주 제작업체에서 별도 제작한 ‘또하나의 영화’들이 충무로에 한 흐름을 만들고 있다. 영화 본편의 장면을 적절히 편집해 보여주던 예고편만으로는 승부가 어려워진 한국 영화들이 작품 컨셉트만을 가지고 별개의 장면을 연출해 보여주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 영화의 주제와 제목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정착된 현상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하니까, 괜찮아’ 등도 이 같은 티저 예고편으로 개봉 전 화제를 모았다.
요즘 한국영화들의 예고편은 대부분 한 작품당 2가지 버전으로 제작된다. 개봉 3~4개월 전에 티저 예고편을 내보내고 1~2개월 전 영화속 장면을 모은 본예고편을 만들어 노출시키는 과정이 일반화됐다. 2~3년 전부터 이 같은 전략이 시작됐고,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티저 예고편에는 ‘창작’이 가미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영화 촬영을 끝내기 전에 예고편 홍보를 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촬영된 영화장면만 가지고는 만족할 만한 예고편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점도 이런 흐름을 이끄는 요소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지난해 10월 개봉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예고편. ‘잘살아보세’의 알파빌에서 제작했다. 여러 명의 출연진이 윤종신의 노래 ‘환생’을 릴레이식으로 이어 부르는 예고편은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고, 영화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파빌 김주원 조감독은 “뮤직비디오 형식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예고편 판도 속에서 차별성을 얻기 위해 CF적 접근을 시도했다”며 “본편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한 편의 광고’를 만들자는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 같다”고 말한다. 이후 알파빌에는 영화 제작사들의 러브콜이 부쩍 늘어났고, 다른 유명 CF 제작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을 맞고 있다.

‘거룩한 계보’
#‘확실한 2분’ 위해 6개월 투자
별도 제작 예고편이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과거 5천만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었던 예고편 제작비도 1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스승의 은혜’ 제작비는 2억원에 달했고, ‘잘살아보세’도 1억원 정도가 들어갔다. 약 1억3천만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거룩한 계보’(영화 제작비 50억원)의 예고편은 1개월이 넘는 배경 장소 물색 기간을 포함해 약 6개월의 기획·준비기간을 거쳤다. 2분4초 분량의 호소력 있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쏟은 시간이다. 배우들의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촬영은 하루 만에 마쳤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배경으로 ‘장진 감독 드림프로젝트’라는 홍보문구에 걸맞게 ‘규모 있는 영화’라는 인식을 주는 한편 두 주연 배우가 만났을 때 뿜어지는 분위기를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전략을 취했다. 일대 거리 간판은 배경의 국적을 불분명하게 보여주자는 취지에 따라 모두 외국어 간판으로 포장하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도 덧붙였다. 임재완 감독은 “장진 감독의 초안과 시나리오만 본 상태에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라며 “영화 본편의 분위기와 마케팅 컨셉트를 예고편과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터넷·다매체 시대의 전략
예고편은 극장에서만 보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 동영상이 미리 퍼지고 예고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네티즌들에 의해 향유되고 있다. ‘…퍼즐’ 예고편은 이를 적극 활용한 경우. 서로 모르던 5명의 주인공이 누군가의 제안에 의해 한자리에 모이는 영화 설정에 따라 각 인물들의 과거 사연을 압축한 예고편을 각각 따로 제작, 총 7개 버전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영화 내용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예고편 장면들은 본편에 나오지 않는 인물의 지난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작사 시네마서비스는 이들 7개 예고편을 인터넷을 통해 활성화시키고 스릴러 영화라는 설정에 맞게 극중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를 맞히는 인터넷 경품 이벤트도 진행했다. 시네마서비스 이혁종 마케팅 부문 이사는 “지금까지 해왔던 충무로 고유의 전략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다”며 “포스터·극장간판·TV·신문 광고, 이렇게 4가지 매체만 고려하던 과거의 마케팅 전략이 작품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변화·진화를 겪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블로그 등을 통한 인터넷의 ‘펌’ 문화, 즉 콘텐츠를 실어날라 확산시키는 네티즌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를 활용한 바이러스 마케팅 전략이 유효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봉한 ‘천하장사 마돈나’의 경우는 한 청량음료의 TV CF와 연계, 영화 장면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광고에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영화사들은 인터넷·모바일 등 동영상 시대를 맞아 광고나 예고편 자체의 재미를 즐기는 이용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이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묘수를 강구하는 데 애쓰는 모습이다.

‘두뇌유희 프로젝트 퍼즐’
#창의인가 기만인가
이 같은 예고편들은 ‘전략’이 아닌 ‘생존’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배경도 있다. 이혁종 이사는 “한해 영화사들에 접수되는 시나리오가 3,000편, 그중 기획에 들어가는 시나리오가 1,000편이다. 이 중 300편이 촬영단계까지 발전하지만 개봉할 수 있는 작품은 100편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는 10편 안팎이다”라고 사정을 설명한다. “무한경쟁의 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마케팅이 시작되고, 영화 촬영이 30%밖에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티저 예고편을 내놓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예고편에 활용할 장면들이 나오지 않은 시기에 외주제작사의 ‘또다른 창작’이 불가피하게 선택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영화 내용과 상관 없는 장면들로 관객을 속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싸이더스 FNH의 윤상호 제작이사는 “영화를 알린다는 목적과 영화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서로 엇갈릴 때도 있는데 감독들이 예고편 내용에 동의하지 못하고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윤이사는 “지나치게 본영화와 다르게 나가서 관객으로 하여금 배반감을 느끼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예고편은 일반 상품의 광고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창의력을 발휘하되, 본편의 정서를 일맥상통하게 이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고편을 봤을 때 본편의 내용을 엉뚱하게 상상하도록 만든다든지 영화에도 없는 볼거리를 과대하게 포장하면서 작품의 장르를 왜곡할 경우 그 실망감이 부정적인 입소문으로 퍼져 관객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송형국기자 han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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