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이야? 광고야?’…실화 소재 공익캠페인 논란

by [YET/19] 김기혜 posted Jul 14,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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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이야? 광고야?’…실화 소재 공익캠페인 논란
[쿠키뉴스 2006-07-14 09:00]  


[쿠키 톡톡] 방송 등 언론을 통해 감동적으로 보도된 실제 사연들이 잇따라 TV ‘캠페인’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MBC와 동양생명은 MBC TV 휴먼다큐 ‘사랑-너는 내 운명’ 편에 소개된 정창원(37)씨와 고 서영란씨 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40초짜리 ‘공익캠페인’ 영상물을 제작해 광고시간에 방송하고 있다. SBS와 삼성생명도 당뇨병에 걸린 여자친구에게 신장과 췌장을 기증한 백현국씨(46) 사연을 같은 형식의 영상물로 제작해 방송 중이다.

이처럼 실화를 소재로 한 영상물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제2의 감동을 주고 있다. 두 영상물은 방송사가 기획한 공익캠페인용 광고에 두 생명보험사가 스폰서로 참여해 만들어졌다. SBS 영상물에는 ‘연중캠페인 함께가요, 행복 코리아’란 타이틀이 붙었고, MBC 영상물은 로고 없이 멘트로만 공익 캠페인임을 알리고 있다. MBC 광고기획부 측은 “동양생명의 이미지성 캠페인 광고”라고 설명했다.

두 영상물 모두 마지막 화면에 각각 동양생명과 삼성생명 로고가 등장하며 “이 캠페인은 ○○생명이 함께 합니다”란 멘트가 나온다. MBC와 동양생명 영상물은 “당신이 천사입니다. 이 캠페인은 동양생명이 함께 합니다”로 끝나 동양생명 광고문구인 ‘수호천사’를 연상케 한다.

◇캠페인이야? 보험 광고야?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방송사 로고가 나오고 ‘캠페인’이란 멘트도 있어 공익 캠페인으로 보이는데 막상 내용은 생명보험사 상업광고로 최적인 질병과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병마와 싸우다 안타깝게 사망한 연인이나 가족의 사연은 보험 소비자의 공감을 사기 충분하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증권 은행 등의 금융상품이 이성적이고 계산적 상품인데 반해 보험은 감성적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부모 가족 등의 건강 및 생명에 관련된 상품인만큼 고객들은 보험의 실용성과 함께 감성적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MBC와 동양생명의 캠페인 광고는 창원씨 부부 모습이 담긴 방송 화면을 애잔한 음악에 실어 전달한다. ‘죽을 줄 알면서도 결혼했고 웨딩사진을 찍기 전에 영정사진부터 찍었다’ ‘사랑에는 시한부가 없다는 걸 알게 해준 당신이 고맙다. 사랑의 힘을 믿는다’는 카피가 이어진다.

5월부터 방송된 SBS와 삼성생명 캠페인 광고도 마찬가지다. 현국씨 사연과 수술장면 등을 실사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재연출했다. 감미로운 음악도 깔렸다. 이 광고는 광고포털사이트 TVCF에서 베스트CF 1위에 오를만큼 반응이 좋다. 삼성생명은 4월 암을 극복하고 세계적 싸이클 선수로 재기한 랜스 암스트롱을 주인공으로 CF를 만들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실제 사연을 재가공하면 부가적 상승 효과를 일으킨다. 창원씨 사연이 방송된 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2000건이 넘는 시청자 소감이 쏟아졌다. 부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크게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캠페인 광고를 보는 시선 “감동 2배” vs “교묘한 상업성”

캠페인 광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감동적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상업적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TVCF사이트에도 실화광고에 대한 상반된 평들이 1000건 가까이 올라와 있다. 네티즌 ‘balzin’은 “실화 광고가 가지는 힘이 느껴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mk1115’는 “가슴 아픈 실화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회사들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슬픈 사랑이야기와 광고의 상업성, 그 사이에서 참 헷갈린다(네티즌 ‘syws1’)” “광고가 아니라 공익캠페인라고 밝히는 회사들이 전략을 참 잘 썼다(‘sechan332’)”는 의견도 있었다.

외국 생명보험사의 실화 광고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메이지생명사는 2004년, 태어난지 한달만에 다운증후군 및 1년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은 아키유키군의 삶을 광고 소재로 썼다. 이 이야기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많은 일본인을 눈물 짖게 했다.

태국 타이파칸치윗생명보험사도 30년 동안 매일 아침 끓인 스프와 낡은 얼후(대나무 바이올린)를 들고 20km를 걸어가 아내 무덤을 찾는 추 할아버지의 사연을 2004년 광고로 만들었다.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는 추 할아버지 모습에 국내 네티즌도 눈시울을 붉혔다.

두 광고는 모두 생명보험사가 자체 제작한 상업광고였다.

◇생보사 “돈 벌려는 목적 아니다…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건 사실”

동양생명과 삼성생명은 모두 “상업 광고가 아니라 공익캠페인 광고”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고 효과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시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공익성을 보고 스폰서로 참여했기 때문에 실제 사연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에 수긍하기 어렵다”면서도 “기업 이미지 홍보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적은 광고 비용으로 큰 매출 효과를 노렸다는 비판이 있지만 광고 제작 비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이번 광고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측은 “상업 광고가 아닌 공익캠페인 광고로 봐달라”며 “기업성을 모두 배제하고 사회적 공익성만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화광고는 진실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기업의 공익적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개런티가 수억원대인 스타들을 기용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이런 광고가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양사는 “앞으로도 실화 소재 광고를 계속 만들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성 기자 me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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