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가 늙어간다. >

by [YET/10] 오세일 posted Feb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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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가 늙어간다. >

• 젊은 시청자 해마다 이탈… 복고풍 프로 많아져 광고주協관계자 “제과·음료업, TV광고 점차 발빼”

발행일 : 2006.02.17 / 조선일보 종합 A2 면  기고자 : 신동흔  




지난 92년 토·일요일 저녁시간 각 가정의 수돗물 사용량을 줄게 만들었던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20~40대 여성 시청률이 38.8~39.3%로 고르게 분포했다. 같은 해 가구 시청률 40%를 기록했던 MBC ‘질투’도 20대 여성 시청률이 3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 보기 힘들 듯하다. 지난해 히트 드라마 SBS ‘프라하의 연인’과 ‘봄날’을 가장 열심히 본 연령대는 40~50대 여성(20.3%, 23%)이었다. 작년 최고 인기였던 MBC ‘내 이름은 김삼순’도 20대보다는 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본 드라마였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또 부쩍 ‘그때 그 시절’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이달 초부터 SBS에서 방송되는 ‘사랑과 야망’은 지난 87년 MBC에서 방송된 ‘사랑과 야망’의 리메이크 작이고, 조만간 김수현의 88년 드라마 ‘모래성’, 소설 ‘눈꽃’ 등도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진다. KBS ‘서울1945’, 아침드라마 ‘고향역’도 30~50년 전 얘기를 다룬다.

왜 최근 이런 경향이 나타날까.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지난 92년 이후 방송 3사 드라마와 메인 뉴스의 세대별 시청점유율을 조사한 결과에 그 해답이 있다. 50대 이상 남녀가 드라마를 보기 위해 TV 앞으로 바짝 다가앉고 있는 반면, 20대 남녀는 TV와 결별하고 있다.〈표 참조〉 50대 이상 여성 점유율은 92년 7.9%에서 2006년 18.8%로, 같은 연령의 남성 시청률은 92년 4.8%에서 11.1%로 훌쩍 증가했다.

반면 20대 여성의 비율은 13.4%에서 9.5%로, 20대 남성 역시 7.0%에서 3.7%로 감소했다. AGB측은 “2000년 이후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TV시청이 줄어들면서 장년층이 주요 시청층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공중파 4개 채널 전체 시청률의 합계도 92년 44.2%, 2000년 41%에 이어 지난해에는 32.8%까지 떨어져 ‘지상파 이탈’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젊은 층은 TV 외의 뉴미디어와 각종 대중문화 장르로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반면, 젊은 시절부터 드라마를 즐기던 중장년층은 변함없이 TV를 즐겨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보는 TV’는 이제 중장년층이 즐겨보는 매체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고주협회 관계자는 “TV가 과거에 비해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아는 광고주들이 다른 매체와의 광고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추세”라며 “제과·음료 등 전통적 TV 광고 선호 업종의 광고 감소 현상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TV 시청층의 노후화가 나타나면서 이들을 겨냥해 과거 자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나타나고 있다. KBS가 지난 10월부터 방송하는 ‘오래된 TV’는 ‘선데이 서울’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 등 70년대 ‘그때 그 시절’의 흑백 영상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EBS ‘문화사 시리즈’의 ‘명동백작’이나 ‘지금도 마로니에는’ 역시 과거를 상품화한 ‘향수(鄕愁)’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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