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야기-옥션 ‘땅파기’]

by [Primo/15] 김현정 posted Mar 1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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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내리는 경매법칙 형상화  vs 우리가 노예인가, 옥션 새 광고 논란


송곳 햇살이 내리 꽂히는 광활한 대지. 그 위로 한무리의 장정들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낸다. 손에 손마다 삽과 곡괭이가 들렸다. 하나같이 구릿빛이 감도는 근육질. 보기에도 혈기가 철철 넘친다. 그리고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경쟁적으로 한바탕 ‘땅파기’에 돌입한다.

곡괭이가 오르락내리락 움직일 때마다 곳곳에 웅덩이가 패인다. 어느새 개미굴로 변한 지하. 울긋불긋 단층이 드러나자 장정들도 송글송글 맺힌 땀을 씻어냈다.

오늘 장정들이 땅을 파는 건 상품을 파는 것. 땅파는 일도 수요공급이 적용되는 것일까. 땅파는 경쟁이 치열하면 할수록 그들은 땅아래로 내려가고 가격도 내려간다. 그래서 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땅을 판다. 이게 옥션의 법칙. 인터넷 경매 옥션 사이트가 존재하는 이유다.

옥션 CF ‘땅파기’편. 인터넷경매의 의미를 좀더 실감나게 표현할 순 없을까. 물건을 ‘파는(selling)’것과 땅을 ‘파는(digging)’ 행위의 ‘동음이의어’에 아이디어가 번득였다.

촬영 무대는 호주 쿠버패닉 사막. 등장 인물은 호주 현지의 정상급 모델들. 100여명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 섹시한 몸매의 소유자 20명을 최종 선발했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와 덤벼드는 곤충들과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고 하루 종일 삽질과 곡괭이질 강행군에 견디지 못해 호주 현지 모델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기도 했다는 후문.

광고 후반부 땅굴 장면은 특수 제작된 4∼5m 깊이의 구덩이 모형에 모델들이 직접 들어가 땅파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땅을 파는 행위가 물건을 파는 행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다.

/ joosik@fnnews.com 김주식기자


[우리가 노예인가, 옥션 새 광고 논란]

국내 최대 경매 전문 업체 옥션(www.auction.co.kr)이 이번 달부터 새로 선보인 TV 광고가 ```` 판매자들을 노예로 비하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옥션의 판매자로 활동중인 네티즌 ID ````ygee0826````는 이번 달 초 옥션의 판매수기 게시판에 "새로 나온 옥션 광고 보셨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황당한 옥션 광고를 지적했다. 그는 "````파는 사람이 많을 수록 가격은 내려갑니다````라는 표현을 통해 판매자를 죽을 때까지 땅을 파고 죽는 노예처럼 묘사했다"며 "화면이나 카피는 아주 훌륭하지만 옥션의 특성을 단적으로 나타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그 광고를 본 뒤 노예가 된 것 같아 다시는 물품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싶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ID "mycall902"도 "옥션 경영층이 어떠한 의도로 이번 광고를 기획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윈윈(상생)하는 전략 없이 일방적인 것 같아 아쉽다"며 "이 광고는 마치 우리는 상관없으니 판매자가 죽든지 말든지 너희들끼리 경쟁해서 우린 공간만 제공하고 수수료 수익만 가져가면 된다는 의미 아닌가" 라고 따졌다.

ID "quddo0191"는 "주위 사람들에 "옥션 땅파고 얼마나 (돈) 받나````라고 놀림을 받았다"며 "다른 옥션 판매자 모임에서도 다들 광고에 문제 제기를 하더라"고 덧붙였다. ID ````ghkddyddn````는 "이번 광고는 (옥션의) 야비한 짓의 또 다른 본보기라고 밖에 납득이 안간다"며 "판매자도 고객인데 고객을 이렇게 우롱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옥션판매 노하우를 담은 서적을 집필한 전문가 김모씨는 "처음에 광고를 접했을 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며 "``옥션을 통해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방향으로 광고를 만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TV 광고를 하며 끊임없이 홍보하는 것은 옥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크기의 삽으로 땅을 더 많이 팔 것인가를 냉철하게 연구하라"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새로운 TV 광고 논란과 관련해 옥션 관계자는 "이번 광고는 많은 소비자들이 옥션에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소비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 결국 판매자들에게 유리한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 해명했다. 그는 또 "차후에는 판매자들을 위한 광고도 기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명덕 기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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