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야기 Vol.3] 사례를 통해 본 광고모델 디비보기...

by [Primo/13] 김정두 posted Mar 25,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매우 늦은...

그러나 앞으로 자주 보게 되실 찌라시기자의 광고이야기 입니다.





광고모델이야기

광고에서. 특히 TVCM에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모델에 따라 브랜드의 이미지가 일부분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때로는 모델의 이미지가 브랜드에 전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광고 캠페인을 통해 모델의 변화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알아보자.



1. 등장 : 채시라씨 감 좋은데 이걸로 가죠!

이동통신이 개발되고 사람들이 휴대폰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니기 시작 할 무렵 최고의 화두는 ‘잘 터지는가’였다. 아직은 미흡한 기지국의 수와 휴대폰 기능의 미비로 인해 통화 불능 지역이 많았고, 그에 따라 ‘통화품질이 우수하다’ 또는 ‘어디서나 잘터진다’가 가장 중요한 소구점이었던 것이다. 이 때의 모델은 채시라. 당시 세련된 외모와 지적인 이미지. 커리어우먼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던 채시라는 ‘감이 좋다’, ‘통화품질이 우수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절한 모델이었다. 이 때의 광고내용이 기억나는가? 라디오 생방송 시간에 늦은 채시라. 급한 마음에 PD에게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은 PD는 전화기로 들려오는 음성이 매우 또렷한 것을 보고는 “채시라씨! 감 좋은데 이걸로 가죠!” 라고 외친다. ‘끊김없이 깨끗한 디지털 011’이 이때의 슬로건이었고, 이런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는 채시라가 적격이었던 것이다.




2. 전개 :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다?

통화품질이 우수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SK텔레콤. 당시 한국이동통신은 갑자기 ‘어디서나 잘 터진다’로 방향을 선회했다. 내부적인 논의가 있었겠지만 아마 대행사를 바꿔서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X! 아무튼 세련된 톤이었던 광고는 유머소구로, 모델은 채시라로 유지하되 권용운이라는 놀라운 캐릭터를 추가시키는 것으로 변화했다. 처음 채시라의 보조역할 쯤으로 등장했던 권용운은 특유의 표정과 채시라를 압도하는 코믹연기로 일약 주연으로 떠올랐고, 나중에는 채시라를 조연급으로 밀어내 버리는 기염을 토한다. 당연히 SK텔레콤의 이미지는 권용운의 이미지에 중첩되었고, 따라서 재미있고 즐거운. 또한 약간은 가벼운 이미지를 얻은 것이 사실이다. 대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다는 카피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이때부터 011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서서히 확립되기 시작한다.



3. 위기 : 너무 웃긴거 아냐?

권용운을 모델로 내세운 유머광고가 좋은 반응을 얻자 SK텔레콤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당시 ‘번개머리’로 인기를 끌던 이의정을 등장시킨 새로운 유머광고를 선보인 것이다. ‘아저씨! 지하철에서도 되요?’라고 깜찍하게 묻던 이의정.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류의 유머소구를 점점 식상해 하기 시작했다. 특히 상황설정이 없는 평범한 구성은 이의정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지하철에서도 되는가?’, 또는 ‘기지국이 몇 개인가?’라는 의문을 떠올리게 하지 못한 것이다. 이미 권용운의 스피드 011이 너무 강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이것은 10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을 줄을…



4. 반전 : 조용하게 울리는 스피드 011의 힘

SK텔레콤은 권용운으로 굳어져 버린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전 까지의 광고는 너무 가벼운 소재였던 것도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모델과 광고의 톤 앤 매너를 변화시키는 것. 당시 넷츠고의 모델로, 또한 접속이라는 영화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석규를 내세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산속. 스님과 함께 걷고있는 한석규. 이때 울리는 삐리리~ 그리고 한석규의 부드러운 멘트.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피드011’ 전세는 한방에 역전됐다. 소비자들은 머릿속에서 권용운을 몰아내고 한석규를 받아들인 것이다. 자연스럽게 스피드 011도 권용운의 재미있지만 가벼운 느낌에서 한석규의 부드러우면서도 자상하고 조금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환골탈태를 하고야 말았다. 게임 끝난 것이다.



5. 갈등 : 안되는 줄 알면 하지마~

한석규로 이미지 쇄신을 한 SK텔레콤은 무슨 이유에선지 다시 기지국 타령을 시작했다. 아마 그 당시 기지국 수가 상당한 이슈였던 것 같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들은 한석규의 입을 통해 기지국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김규리와 김진이 당시 기지국 광고의 모델이었다. 이 둘은 ‘안되는 줄 알면서 왜그랬을까~’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지만 별다른 호응 없이 슬슬 묻혀 버렸다. 한석규의 011이 가진 힘이 너무 큰 것이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6. 해소 : 저~ 011입니다.ㅋ

중간중간 어이없는 광고를 해대던 SK텔레콤은 다시 한석규를 내세운 공익 스러운 광고를 내보낸다. ‘꼭 011이 아니어도 좋습니다’시리즈가 그것이다. 그러다가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광고가 있었으니 한석규의 미술관 편이다. 멀찍이 보이던 큐레이터가 ‘저~011이시죠?’하는 장면은 ‘번호의 자부심이 남다릅니다’라는 카피를 진리로 만들어 버렸다. 정말 011의 자부심은 남달라져 버렸고, SK텔레콤은 더 이상의 고민거리는 없을 듯 보였다.



7. 전운 : 너만 안 죽으면 돼! 너만 깨끗하면 된단 말이야!

이후 간간히 자부심 광고를 해오던 SK텔레콤은 2002년 월드컵을 맞아 ‘Be The REDS’캠페인으로 울고있는 KTF와 LG텔레콤에 마지막 똥침을 적중시키는 듯 했다. 아니 적어도 죽기 직전까지는 몰고 갔다. 그리고선 자신들은 공익광고스러운 것을 내보내면서 기업 이미지 다지기에 들어갔다. 전쟁은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나기엔 너무 재미있는 것이 마케팅 상황이다. 번호이동성제도라는 핵폭탄이 터져버린 것이다. 통신 3사는 전쟁에 돌입했고 모든 동원 가능한 무기들을 쓰면서 TV의 광고시간대를 초토화 시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석규는 어디 갔을까? 영화 찍으러? 번호이동성제도에 관한 그 어떤 광고에도 한석규는 등장하지 않는다. 딱 한번. 목소리가 등장 할 뿐이다. 왜일까? 답은 과거 기지국 싸움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당시에도 한석규는 기지국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이번에도 번호이동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SK텔레콤에게 한석규는 진흙탕 싸움에서는 한발짝 물러나 있어야 하는 고귀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석규는 바로 011이다. 한석규의 이미지가 011인 것이다. 만약 한석규가 번호이동이라는 험한 말을 입에 담게 되면 011의 자부심은 거기서 오물을 뒤집어 쓰게 되는 것이다. 아~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이야기인가? 어찌됐든 번호이동 전쟁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리고 한석규라는 모델은 이 전쟁이 끝날 때쯤 서서히 우리 앞에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때 나와서 번호의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할 지,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짝퉁일보 찌라시기자.

늦은 3월 노고산동에서...

Articles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