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3.12 16:03

브랜드 개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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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브랜드 개성시대
[속보, 기타] 2004년 03월 12일 (금) 12:11

얼마 전 일이다. 내 연구실에 있는 한 학생이 노트북을 구입하려고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소니' 제품을 구입하고 싶어했다. 고가 제품을 선택할 때 당연히 가격 대비 성능을 고려하는 나는 의아했다. 이유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소니' 가 왠지 세련되고 감각적이며 성공한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었다.

그 학생은 '소니'라는 살아있지 않은 대상에 대해 마치 사람의 특성을 이야기하듯 '세련된-감각적인-성공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했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 개성'이다. 브랜드 개성이란 '브랜드와 결부되어 연상되는 인간적인 특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브랜드가 마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는 의미다.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특성(따뜻하다, 믿음직하다, 날카롭다, 세련됐다 등)을 파악하는 것과 같이 브랜드에 대해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은연 중에 '리바이스'에서 강인한 이미지를, '샤넬'에서 세련되고 매력 있는 고급 분위기를, 'IBM'에서 유능하다는 선입견을, '풀무원'에서 천연 이미지를 느끼는데 이것이 바로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 되는 셈이다. 브랜드 개성에는 단지 성격적 특성이나 이미지뿐 아니라 성별-나이 등까지 폭넓은 개념이 포함된다.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는 남성적인 느낌을, '버지니아 슬림'은 여성적인 느낌을 준다.


이제는 '제품-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사람-사람'의 관계로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들도 이미 이를 간파하고 있다. 각 기업의 브랜드가 특정한 개성을 지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SK텔레콤은 'Speed 011'의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 사이에서 '40대 이상 직장인 혹은 자영업자가 사용할 것 같은 번호'라는 인식이 굳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새로운 하위 브랜드을 만들었는데, 그 결과 'TTL'은 20대 초중반 젊은이들이, 'TING'은 10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구축했다. 그런가 하면 늘 '차가운 1위' 이미지였던 삼성전자는 소비자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기업의 개성 변화를 시도했다. '또 하나의 가족, 삼성' 광고 캠페인이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가족을 생각하는 따뜻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람의 개성이 한 번 인식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처럼 기업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고객에게 매우 신중하고 치밀하게 다가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브랜드의 개성을 자신의 개성에 비추어 본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신의 현재 개성일 수도, 앞으로 지향하고 싶은 개성일 수도 있다. 앞서 예를 든 학생이 말한 '소니'의 '세련됐다' '감각 있다' '성공했다'는 브랜드 개성이 실은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이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평소 패션에도 감각이 있는 그 학생에게 '소니'는 무척 잘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래에 소위 '명품' 소비 열풍이 있어 사회적 우려를 낳기도 했다. 빚을 내어 남들이 가진 값비싼 핸드백과 액세서리, 고급 자동차를 구매했다는 일들이 신문기사에 자주 등장했다. 모든 사람이 획일화된 고급 이미지를 가지는 사회는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개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 결여된 멋과 유행이 거리 풍경을 단조롭게 만드는 것 같아 유감일 때가 있다. 오래된 외투와 낡은 가죽 가방을 든 사람, 걸음이 경쾌해 원색 옷이 잘 어울리는 사람, 표정이 온화해 니트가 잘 어울리는 사람.... 그렇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나 제품이 그 사람만의 '명품'이리라. 소비문화가 성숙하면 소비의 방향도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브랜드 개성을 찾는 '개성소비'로 향하지 않을까.


이유재〈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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