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 역할이 바뀐 모습을 담은 광고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최근 TV를 통해 방영 중인 SK텔레콤 CJ 삼성전자 LG텔레콤 한국후지필름 등의 CF에서 남녀관계를 규정해온 고정관념이 무참히 깨지고 있다. ‘남자는 밖에서,여자는 집 안에서’란 역할은 물론 ‘남자는 항상 여자보다 강하다’ ‘용감한 남자만이 미녀를 얻을 수 있다’ 등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광고들이다.
▲여자가 밖에서,남자는 집 안에서=SK텔레콤의 기업PR 광고 ‘요즘 아빠’ 편. 동창회에 참석한 아내가 모임이 길어지자 아이를 돌보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이에 남편은 느닷없이 ‘2차’를 간다고 응수한다. 남편의 불만 어린 대응이 아닐까 오해하는 아내. 그러나 그도 잠깐. 이어지는 장면에서 ‘2차’의 진실이 밝혀진다. 남편과 아들이 공원에 나가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CJ 햇반 CF도 마찬가지로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 자녀들을 돌본다.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아 집에 없고 아빠가 아이들에게 햇반을 이용해 따뜻한 밥을 해준다. 아빠가 맛있는 밥을 지었다는 것에 놀라는 막내 아들,엄마가 자기 몰래 와서 해준 거냐고 묻는다.
▲남자가 겁쟁이=삼성전자의 기업PR ‘또 하나의 가족’ 시리즈 중 ‘하나는 무서워’ 편. 한여름 밤 공포영화를 보던 아빠가 귀여운 딸 ‘하나’의 급작스러운 귀신 장난에 “엄마야∼”를 외치며 아내 품에 안기는 내용이다.
LG텔레콤의 ‘유령의 집’ 편도 ‘남자가 겁쟁이’란 점을 표현하고 있다. 손예진이 남자친구와 카메라폰을 들고 유령의 집에 들어간다. 어두운 데서 찍혔을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 유령의 집에서 나온 남자친구는 ‘시시하다’며 허세를 떤다. 이때 손예진은 유령의 집에서 남자친구의 겁먹은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너무 놀라고 겁이 나 입이 딱 벌어져 있는 남자친구의 얼굴이 선명하게 잡혔다. 반면 손예진은 귀신도 겁내지 않는 당찬 여자로 나온다.
▲여자가 늑대=한국후지필름의 CF ‘파파라치’ 편에서는 신세대 스타 김민희의 도발적인 늑대 행각(?)이 포착된다. 손수건을 흔들며 내숭을 떠는 김민희가 갑자기 정전이 되자 남자친구에게 키스 세례를 퍼붓는다. 김민희는 다시 불이 켜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옷매무새를 고치지만 그 사이 강아지가 촬영한 사진에서 김민희의 행각이 포착돼 공개된다.
▲남자가 임신?=급기야 남자가 임신한 장면이 나오는 CF도 있다. 현대카드 M ‘임산부’ 편 광고다. 산부인과 분만대 위에 배가 불러온 남자가 누워 있고 오히려 의사가 여자다. 남녀의 역할은 물론 생체학적 구조조차 충격적으로 바꿔버린 광고다.
신은주 TBWA코리아 차장은 “광고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며 “이제까지 남녀관계를 규정해온 전통적인 고정관념이 21세기 여성시대를 맞아 급격히 깨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스포츠투데이 2003-08-10 광고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