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텍사스 박찬호(30)가 6월부터는 CF를 떠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박찬호와 CF 계약을 했던 국민신용카드㈜는 계약기간이 끝나는 6월4일까지 광고를 내보낸 뒤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12월4일 박찬호와 6개월을 연장하는 CF 계약을 맺었다.
박찬호가 국민카드 광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1년. 국민카드는 2001년 말 자유계약선수로 5년간 6,500만달러(약 780억원)의 '잭팟'을 터뜨리며 텍사스로 이적한 박찬호와 1년간 8억원에 CF 계약을 했다. 당시 박찬호는 광고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지난해 부진과 함께 광고주들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국민카드도 기대를 모았던 박찬호가 지난해 부상자명단을 오르내리며 9승8패에 방어율 5.75로 부진한 데 실망한 나머지 한때 CF 광고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시즌 중반 박찬호가 부진하자 '박찬호 힘내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홍보실장이 직접 박찬호와 똑같이 '삭발'을 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2002시즌을 마친 뒤 박찬호는 국민카드와의 재계약이 불투명했지만 박찬호의 국내 매니지먼트사인 '팀61'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계약기간을 1년이 아닌 6개월로 줄여 재계약을 했다. 출연료는 4억원.
박찬호의 올해 광고의 컨셉은 "나에겐 국민이 있다"였다. 그러나 박찬호는 첫 등판이었던 4월2일 애너하임전에서 겨우 2⅔이닝 동안 6안타 6실점하는 등 지난해의 부진을 이어가며 '국민'에게 거푸 실망을 안겨줬다. 1승3패에 방어율 7.16을 기록하고 있는 박찬호는 결국 지난달 29일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박찬호는 거듭된 부진 때문에 현재까지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아직 계약기간이 1개월 정도 남아 있는 만큼 그 기간에 예전의 위력적인 구위를 되찾으며 다시 '국민투수'로 돌아온다면 극적으로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재기에 실패하면 '국민'도 박찬호를 버릴 수밖에 없어 박찬호로서는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게 됐다.
이용균 기자 / bravepig@hot.co.kr
마케팅의 세계는 냉혹하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