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신체검사장.
남자주인공, 누가 볼세라 손바닥의 쪽지를 훔쳐보며 중얼중얼 외우고 있다. “3,5,2,7,2,4,….”
옆에서 이를 보던 파마머리의 친구, “안보이면 안보인다고 해”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드디어 주인공의 시력검사 차례. 검사 담당관은 예상 밖에 외우지 않은 부분을 가리키지만 주인공은 개의치 않고 외운 숫자만을 차례대로 크게 외친다. 이상한듯 쳐다보는 담당관의 시선에 주인공은 입대를 하고싶은 당당한 의지를 목청껏 부르짖는다. “꼭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씨~익 건강한 미소를 날린다. 이때 흐르는 카피가 ‘사나이로 태어나서~’다.
요즘 동아제약의 ‘박카스-사나이로 태어나서’ 편 CF가 네티즌 사이에 최고의 화제다. 번번이 대박난 ‘박카스’ 광고가 ‘젊은날의 선택’을 주제로 젊음의 도전정신과 건강함을 그려낸 이번 ‘박카스’ 새 광고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한 마디로 요약하면 눈이 안보이는데도 군대에 가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싶다는 젊은 주인공의 이야기. 이 광고가 나가자마자 TV CF 등 인터넷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네티즌 사이에 호응이 대단하다. ‘신선하다’ ‘역시 박카스답다’ ‘젊음의 패기가 느껴진다’ ‘군대갔다 온 보람을 느끼게 한다’ ‘이런 애들이 많아야 할텐데’ 등등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또래 젊은 남성들은 물론이고 여성, 중장년층의 호응도 상당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군대 뺀(?) 사람 찔리겠네’ 등 군복무 기피자와 일부 알쏭달쏭한 면제자 등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일부 연예관련 사이트에는 희한한 이유로 군 면제를 받은 남자연예인 리스트가 총 정리돼 당사자들을 뜨끔하게 하고 있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저런 녀석이 진짜 있을까?” “말도 안돼. 저런 녀석이 어딨어” 등 비현실적 설정이라는 지적이다. 상업광고라기보다 공익광고같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성의 단순함을 꼬집기도 한다.
이런 반론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카스CF는 숱한 광고들 사이에서 ‘건강하게’ 빛난다. 자칫 딱딱하고 심각해지기 쉬운 입대 문제를 신체검사장을 배경으로 무겁지 않고 건강하게, 밝게 다룬 점에 네티즌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게다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광고는 군대를 기피했거나 기피하려고 잔꾀를 부리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빅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신인, 무명들을 발굴하는 노력은 이번에도 계속됐다. 고수, 주진모, 한가인, 정성윤 등 ‘박카스 선배’에 이어 스타덤에 오를 것이 예상되는 남자주인공은 이준이고, 파마머리는 윤영균이다. 지난 CF에서는 CF가 인기상승하며 신인 한가인이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박혜경의 '주문의 걸어'()가 발표한지 3년만에 다시 히트하는 이색현상도 나타났다.
재밌는 뒷얘기 하나, 실제 지방병무청 신체검사장이 너무 현대적이고 깨끗해 군대갔다온 많은 소비자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신체검사장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홍익대 강당에서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