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던 성광전자는 경기불황으로 주문이 끊기자 독자 브랜드를 내놓고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3년 간 50억원의 광고비를 투입한 결과 회사는 3년 만에 매출3배, 이익 20배의 성장을 일구며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일류 외국 기업의 사례가 아니다.
바로 '쿠쿠'라는 브랜드로 국내 압력밥솥 시장을 석권한 성광전자의98년 외환위기(IMF) 시절의 '인생역전' 이야기다.
최근 경기가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크게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관리는 호황기보다 불황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잘 쌓아온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인가 하면 효율적으로 브랜드파워를 기르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리콤이 개최한 '불황기의 브랜드 관리'라는 주제로 열린세미나에 참석한 전성률 서강대 교수는 국내 기업의 브랜드자산 관리의 문제점으로 경영자의 근시안적 브랜드 관리를 꼽았다.
실제로 올해 초 산업자원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국내 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관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79.8%)이 공감하나 브랜드 관리 전담 부서를두고 있는 기업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의 소비자는 제품의 일차적인 속성보다 제품구매가 주는 상징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이를 통해 심리적 만족을 얻는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더욱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황기일수록더욱 전략적인 브랜드 관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매출조사에 따르면 상위 20%의 고객 1명은 하위 20% 고객 55명의 매출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우량, 비우량 관계없이 고객관리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삭감하는 경우 이는 결국 고객 서비스의 전반적인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광고비 역시 고객관리 예산과 더불어 비용절감의 주요 타깃이 돼왔다.
그러나 광고 예산 삭감도 시장점유율 하락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불황기에 광고를 늘리는 정반대 전략을 구사해 성공을 거두는기업들도 있다.
미국의 SRI 연구에서도 80~81년 불황기에 광고를 삭감한 기업은 80~85년 19%의 성장을 보였으나 광고비를 유지한 기업들은 약 27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 200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