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맥주가 있을까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술은 무엇일까요?
한 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양주? 아니면 유명한 사람 누군가가 즐겨 마셨다는 수십년 된 브랜디?
아무리 비싼 술이라도 부어라, 마셔라 쏟아 붓는다면 그건 독주밖에 될 수 없지요. 술맛은 고유의 맛보다는 누구와 마시느냐,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더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최근 벨기에의 TV와 인쇄매체에 나온 칼스버그 광고는 ‘맛있는 맥주’를 바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 광고입니다.
맥주는 보이지 않고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중년 여자 두 명의 풍만한 엉덩이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그 두 엉덩이 사이로 시선을 고정시켜보십시오. 노란 맥주와 하얀 거품이 가득 담긴 맥주잔이 보입니까? 좀 더 자세히, 숨은 그림을 찾듯이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작게 보이고 노란 맥주도 알고 보면 모래사장입니다. 바로 해변과 여성, 그리고 하얀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가는 하늘이 절묘하게 맥주잔 모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남편과 자식들을 두고 일상으로부터 떠나온 두 명의 여성이 바닷가에 앉아 자유를 만끽하며 들이켜는 초록색 병의 칼스버그 맥주 한 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 맥주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최고의 맥주일 것이라는 카피가 딱 들어맞습니다.
또 다른 광고 하나.
살랑살랑 흔들리는 커튼 사이로 천장과 무드있는 램프 빛이 맛있는 맥주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창문을 살짝 열어 놓은 채 분위기 있는 램프 아래서 들이켜는 맥주 한 잔! 역시 세상에 이보다 더 맛있는 맥주가 또 있을까요?
모든 직장인들에게 ‘오늘 퇴근길에 맥주 한 잔 사들고 갈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이 광고를 통해 칼스버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세계 최고의 맥주’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혔습니다.제품을 소비자의 삶과 감성에 녹아들도록 하는 광고, 모든 광고제작자들이 꿈꾸는 것이 아닐까요?
::출처::
은명희 코래드 카피라이터 부장 sweetie@korad.co.kr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동아일보 2003/02/04